바다가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더라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조선 영조 임금의 왕비를 간택할 때 사대부의 여자들이 궁중에 많이 모였다.
그런데 한 여인이 방석에 바로 앉지 않고, 방석 뒤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이에 임금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방석에 바로 앉지 않느냐?”
그 여인이 말했다.
“아버지의 함자가 방석 끝에 새겨 있어서 감히 앉을 수 없었습니다.”
조선시대 궁중에는 관리의 품계에 따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방석이 별도로 있었는데, 그 관리 집안의 딸이라는 의미로 여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방석을 제공한 것이었다.
다른 여인들은 무심코 앉았는데, 그 여인만은 자신의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방석에 앉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사양한 것이었다.
또 임금이 여러 여인들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어떤 사물이 가장 깊은가?”
이에 어떤 여인은 “산이 가장 깊다”고 대답하고, 어떤 여인은 “물이 가장 깊다”고 말했다.
그때 방석에 앉지 않았던 여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이 가장 깊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데, 오적 사람의 마음만은 그것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여인이 왕후로 간택되었는데, 바로 정성왕후이다.
사람의 마음은 무궁무진해 그 끝을 알기 어려워 심지어 자기 자신도 본인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까닭은 사람의 마음이 세월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잠재된 여러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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