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 강물이 흐르니 싸움에 져서 죽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에 임하다

한나라 유방의 휘하 명장 한신이 위나라를 무찌르고 조나라와 싸울 때 일이다.
조나라는 20만 대군으로 좁은 길목을 지켜 공격해 오는 한신을 막았다.
수도 적고 잘 훈련받지 못한 군사 때문에 고민하던 한신은 기마병 2천을 뽑았다.
“전투 시 우리 군사가 도망치는 척할 테니 적이 쫓아오는 틈을 타 성을 점령하라.”
그런 다음 한신은 군사 1만여 명을 데리고 큰 강물 바로 앞에 진을 쳤다. 이는 커다란 모험이었다.
병법은 “강을 등지고 싸우는 배수진을 절대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었기에 조나라 군사들은 그런 한신을 비웃었다.
한신은 작전대로 싸우는 척하다 후퇴하자 조나라 군사들이 얕잡아 보고 무작정 쫓아왔다.
성이 비자 숨어 있던 한신의 군사 2천여 명은 진격해 들어가 깃발을 바꿔 꽂았다.
한편, 강을 등진 군사들은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한신과 군사들은 온 힘을 다해 조나라 군사와 맞섰다.
뜻하지 않은 강한 저항에 조나라 군사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으로 돌아가려 하니 이미 그곳에는 한나라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오도 가도 못하던 조나라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때를 놓치지 않은 한신과 군사들은 앞뒤로 공격해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싸움이 끝나고 부하 장수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는 강을 등지고 싸우지 말라 했는데, 장군께서는 그 반대로 싸워 큰 승리를 거두었으니 어찌 된 노릇입니까?”
그러자 한신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우리 군사들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로 이뤄졌네. 원래 병법대로 싸웠다면 적군에게 겁을 먹어 서로 도망치기 바빴을 걸세. 그런데 뒤에 강이 있으니 도망쳐도 물에 빠져 죽지 않겠나? 그러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병법에도 죽기를 각오하면 이기고 살기를 바라면 진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이 바로 ‘배수진’일세.”
한신이 하는 말을 듣고 모든 장수가 감탄했다.
‘배수진(背水陣)’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병법의 상식을 깨뜨렸던 뛰어난 한신의 이야기처럼 물을 등지고 진을 칠 만큼 “필사적으로 싸움에 임한다”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마음을 다잡고 어떤 일에 임할 때 흔히 이런 표현을 쓴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말이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