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 <좌로부터> 윤치영 부의장, 신익희 의장, 조봉암 부의장(1952).

1958년 1월 14일자 동아일보. 진보당 간부 17명을 구속을 다룬 기사 내용이다.

▲ 남시욱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고려대, 세종대 석좌교수전 문화일보 사장

■ 공산주의 운동과 일본 유학생
국내의 공산주의 운동에는 일본 유학생들이 큰 몫을 했다.
첫째, 1923년에 조직된 김약수, 서정희 등의 북풍회(北風會, 토요회)를 들 수 있다.
김약수는 원래 일본의 무정부주의자들로부터 사상적인 감화를 받고 북성회(北星會)를 결성했다가 서울에 들어와서 1923년 11월 다시 북풍회를 결성했다.
둘째, 김낙준, 홍명희, 홍증식 등의 화요회(火曜會)이다.
화요회는 마르크스의 생일인 화요일을 택해 1924년 11월 29일 발족했다.
화요회는 마르크스주의의 행동 단체를 지향함으로써 나중에 조선공산당 창당에 적극 기여했다.
화요회는 원래 4개월 전인 그 해 7월 7일 서울 낙원동에서 이들이 조직한 ‘신사상연구회(新思想硏究會)’의 후신이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이르쿠츠크파 공산주의자인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와 일본 유학생 출신의 조봉암은 이 연구회에 나중에 가입했다.

■ 조선공산당의 설립과 와해
코민테른이 조직하도록 지령한 조선공산당은 1925년 4월 김재봉을 책임비서로 해 비밀리에 결성되었다.
조선공산당은 화요회계와 북풍회계가 주동이 되고 서울회계는 배제되었다.
화요회의 김낙준은 일본 유학생 시절부터 북풍회의 김약수와 가까웠다.
두 사람은 은밀히 왕래하면서 협의한 끝에 서울 을지로의 중국 음식점 아서원에서 조선공산당 결성식을 극비리에 거행하는 데 성공했다.
약 20명이 채 안 되는 공산주의자들이 결성식에 참석했다.
바로 이 날 서울 종로구 훈정동에 있는 박헌영의 집에서는 조선공산당의 전위 조직인 고려조선청년회가 극비리에 결성되어 그가 초대 책임비서로 선출되었다. 당시 그는 동아일보 기자였다.
조선공산당은 조동호를, 고려공산청년회는 조봉암을 각각 대표로 뽑아 모스크바로 보냈다.

■ 좌파의 전향 강요
민족주의좌파와 연합 전선을 폈던 조선의 일부 공산주의자들은 1931년 5월 신간회가 해체된 다음부터 국내에서 대두된 자치론, 참정론 또는 대동아주의의영향으로 심리적 동요를 느꼈다.
한국 공산주의자들의 변절 선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ML당(마르크스·레닌주의당, 제3차 조선공산당)의 책임비서였던 김준연은 7년간 옥고를 치르고 1934년에 출옥한 이후 전향했고, 제1차 조선공산당 때부터 참여하고 고려공산청년회 대표로 모스크바에 파견되었던 조봉암도 전향을 했다.
조선공산당의 폭력 노선이 이어지자 미 군정청은 좌익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조선공산당 간부 이주하는 이때 체포되고 조공 인천지부의 조봉암은 전향을 다짐했다.
박헌영 등 조공 수뇌부는 지하로 잠입해 비합법적 투쟁을 벌이다가 북한으로 넘어갔다.

■ 진보당 사건
제3대 대통령선거 결과는 진보당과 조봉암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선거 직후부터 진보당 주변에는 심상찮은 징조가 나타났다.
조봉암은 제2대 대선 때부터 계속 이승만에게 도전해 왔지만 그가 총 유효 투표의 30%라는 예상 밖의 많은 표를 얻은 제3대 대선 때는 막상 진보당이 제대로 창당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진보당은 선거 1개월 반 전인 1956년 3월 31일 겨우 창당추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고 선거에 임한 것이다.
진보당의 정식 창당은 대선이 끝난 다음 6개월이 지난 11월 10일 서울시공관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이루어졌다.
위원장에 조봉암, 부위원장에 박기출과 김달호가 선출되었다.
조봉암을 비롯한 고위 당직자 17명이 국가보안법상 간첩죄 등으로 구속된 세칭 진보당사건은 창당 1년 2개월 만인 1958년 1월 13일 발표되었다.
진보당은 그로부터 약 40일 후인 2월 25일 미군정법령 제55조에 의거해 정당 등록이 취소되었다.
공교롭게도 제4대 민의원 선거 2개월여 전이다.

■ 조봉암 사형
조봉암은 7월 2일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이 사형 구형을 한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고 다른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어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선고 공판이 있은 직후 200여 명이 법원에 난입해 “타도 유병진 판사(재판장)”를 외치면서 “조봉암을 극형에 처하라”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과연 그해 10월 25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조봉암은 간첩 혐의가 인정되어 사형이 선고되고 다른 당 간부들에게도 유죄 판결이 내렸다.
대법원은 1959년 2월 27일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조봉암의 상고를 기각하고 사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진보당의 강령이나 평화통일론은 법에 저촉되지 않으나 조봉암은 결당 추진 도중 북한 괴뢰 집단의 지령을 받고 북괴와 합작하여 평화 통일의 구호 아래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당을 구성하여 수괴인 당 중앙위원장에 취임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중략)
조봉암 개인의 내심의 의도가 조직된 정당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나 결당 목적이 괴뢰 집단과 밀통 야합하여 그 지령하에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음이 명백한 이상, 정을 모르고 결당에 참가한 자는 논외이나 피고인 조봉암은… (중략)
죄책을 면할 수 없고, 동 피고인에 의하여 조직된 진보당 역시 자체 성격의 위법 여부는 불구하고 불법 단체임을 면할 수 없다.

조봉암 자신은 최후 진술에서 그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한격만은 “합법 정당을 불법화하고 정치범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중대한 과오”라고 비난했다.
언론인 임홍빈은 이 재판이 완전히 증거에 의하지 않고 자유심증주의에 근거한 부당한 정치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조봉암은 5개월 후인 7월 31일 처형되었다. 【출처 : 남시욱저, 한국보수세력연구 제3판, 2020 발행, 청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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