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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 전투기(2대대 5중대 당시 분대장)권영수(당시 2대대 5중대 분대장) 해병 2기 동기회장

그 넓은 벌판에는 시체들뿐이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시체를 보았다.

1951년 유엔군의 제3차 반격작전 기간 중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국군은 화천저수지 일대에서 공격 전투를 전개했다. 국군은 5월 21일부터 양평에서 춘천을 거쳐 화천 발전소까지 60여 킬로미터를 퇴각하는 중공군을 따라 진격했다. 이때 38선을 재돌파한 육군 6사단과 해병 1연대, 학도병들은 “화천댐을 확보하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중공군 3개 사단의 심장부에 일격을 가하며 대승을 올렸는데, 그것이 바로 ‘현대판 살수대첩’으로 불리는 파로호전투였다. 당시 작전의 참전자인 권영수 해병 2기 동기회장의 증언을 통해 생생한 파호로전투 이야기를 들어본다.
 

▲ 권영수   해병 2기 동기회장

■ 긴박했던 전투 상황
파로호전투 당시 우리 2대대 5중대는 화천댐을 넘어서 전투를 했다.
인접 전선이 무너져 우리 해병과 미 해병이 고립되어 후퇴하게 되었고, 화천강을 미 해병과 우리 해병이 같이 도강, 춘천 남쪽으로 후퇴했다.
적은 화천댐 수문로로 도강하여 얼마나 빨리 따라오는지 우리 중대는 반 구보 행군을 했다.
적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특공대를 편성, 우리 주력 부대가 무사히 후퇴하도록 남아서 교란 방어를 했다.
방어할 만한 곳에 실탄과 수류탄을 놓고 가면 그 곳에서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적이 왔고 우리를 발견하곤 대열을 갖추어 공격을 해왔다.
처음에는 나팔을 불고, 다음에는 꽹과리를 두드렸다. 꽹과리를 두드리면 공격 개시였다.
그 당시 우리는 M-2 칼빈으로 무장했고, 탄창 하나에 실탄 32발이 장전되어 있었다.
장전된 탄창과 수류탄이 있어 전투에 큰 힘이 되었다.
우리는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적에게 직접 던지지 않고 적들의 공중을 향해 던졌다.
수류탄이 지상 3~5m에서 터져 적에게는 치명적이었다.

■ “제가 남겠습니다!”
이런 전투를 반복하는 동안 주력부대는 춘천강 다리를 건너 남쪽 도로를 따라 후퇴, 어느 곳에 도착하여 휴식을 하게 되었다.
주위를 보니 남쪽에는 병풍 같은 높은 산이 있고, 가운데는 우리가 행군해 온 비포장도로, 북쪽에는 논과 밭이었다.
밭 끝에서 휴식을 하는데 중대장이 무전기를 받고는 “나보고 여기서 죽으란 말이오?” 하기에 그곳 지형을 보니 많은 병력이 배치할 곳이 못되었다.
그래서 중대장님에게 “제가 남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분대원 2명과 내가 남았다.
상부 지시는 적의 부대를 이곳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 임무라 했고, 각자 호를 파고 저항하다 조명탄이 터지면 호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파편을 피하기 위해 입사호를 파고 호 밑 옆으로 또 팠다. 황토 흙이라 파기는 쉬웠다.
호를 완성하고 조금 있으니 적이 왔고,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적은 꽹과리 신호도 없이 공격을 해왔고, 조명탄이 터져 대낮 같았다.

■ 넓은 벌판에는 시체들뿐이었다
적이 끌고 오던 말고삐를 놓고 도망가니 말은 날뛰고 대혼란이었다.
상부 지시대로 호 속으로 들어가 조금 있으니 헤아릴 수 없이 포탄이 터졌고 그 많은 포탄이 V.A탄이었다. 군단포까지 집중사격을 했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폭음이 나더니 그 폭음이 끊겼고 억지로 흙더미를 헤치고 나와 보니 언덕에 있던 나무들은 하나도 없이 훤했다.
그 넓은 벌판에는 시체들뿐이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시체를 보았다.
그 시체들을 KSC(Korea Service Corps) 노무자들이 운반하여 불도저가 파놓은 구덩이에 묻었다.
그로 인해 전선은 원상회복되고 북진을 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이 했던 전우들을 생각하여 국방부에 전사자 발굴단에 신고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했던 전우들에게 만분의 일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여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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