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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365일

■ 눈물의 파병 환송 현장
1965년 10월 3일. 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 제3부두의 드넓은 광장.
4,600여 명의 해병대 장병들이 승선하고 있는 대형 상선 가이거호에서 목 터져라 불러대는 군가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광장을 꽉 메운 환송 인파가 외쳐대는 “무사히 다녀와라, 내 아들!”, “오빠!”, “동생아!”
구석진 어느 한 곳에는 소복을 입은 예순이 넘어 보이는 노모가 두 팔 크게 들어 올려 힘에 겨운 듯 천천히 큰절을 올리는 가슴 아픈 장면이 이 높은 곳에서도 똑똑히 잘 보였다.
오늘의 이 행사는 멀고 먼 남쪽나라 자유베트남의 공산화 도미노 현상을 막아내기 위한 미국의 요청에 박정희 대통령의 용단으로 주월 한국군 해병대 1개 여단이 파병되는 날로 환송행사가 진행 중인 부산 3부두 광장이다.
어쩌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사지로 아들을 보내야 하는 부모 형제들의 마음은 찢어지도록 아팠으리라.
환송 행사가 끝나고 육중한 가이거호는 포효하듯 우렁찬 기적을 울리며 넓은 바다를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인파가 아주 작게 보일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던 해병대 상병 나의 눈가에도 어느새 서러움인지 감동인지 모를 물기가 주르룩 흘러내렸다.
얼마 전 베트남전 훈련에 피땀을 흘릴 그때 환갑이 지나신 아버지와 매형이 훈련장을 방문하여 외아들인 내가 잘못될까봐 가슴을 치며 통곡을 멈추지 못하시던 그 아버지가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십여 분 어느새 육지는 멀어지고 우리가 탄 가이거호는 망망대해를 달렸다.
원래 군함으로 활약했던 배는 민간업체에서 매입한 뒤 대한민국 해병대를 베트남까지 수송하는 용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배의 규모는 실로 엄청나게 방대하여 화장실 갔다가 숙소를 못 찾고 엉뚱한 곳으로 들어갔다가 머쓱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당직 장교가 백묵으로 ‘→’ 표시해 미아(?) 신세를 면하기도 했던 웃지 못 할 기억도 있다.

■ 베트남에 도착하다
일주일이 되는 어느 날 저녁 9시, 멀리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30여분이 더 흐르자 눈앞에 불야성이 펼쳐졌다.
대충 짐작으로 육지거리는 약 2km 정도인데 배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멈춰 섰다. 웬일일까? 수군대는 소리가 신경을 자극한다.
누군가는 저곳이 남베트만의 수도 사이공이라고 했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소대장과 하사관이 1인당 M1소총 실탄 2크리크(1크리크 8발×2)씩 배분해준다.
순간 알지 못할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느슨했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진 느낌이다.
이제부터 정말 전쟁인가? 초조와 긴장 속에 한숨도 못 잤다.
상륙은 아침에 이루어졌다. 두려움과 어울리지 않는 묘한 기대감속에 배는 서서히 육지로 전진했고, 하선은 해병대의 특기인 하선망이 아닌 도보로 하선을 시작했다.
아! 그런데 어젯밤 그토록 휘황찬란했던 여기는 사이공이 아닌 베트남 중부 캄란만 미군기지라고 한다.
처음으로 느낀 것은 몰아치는 지독한 더위였다. 경험해 보지 못한 더위에 등줄기가 후줄근히 적셔졌다.
사방을 둘러보니 숙소용 퀀셋과 높이가 10m는 넘어 보이는 무전용 안테나가 즐비하다. 그리고 키 크고 노랑머리의 미군 병사들…
순간 귀청이 찢어놓을 듯한 굉음이 울렸고 철조망 너머로 생전 처음 보는 전투 폭격기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베트남전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된 미군의 F-4 팬텀은 시속 2,500km의 최신예기로 ‘미그(Mig)기 잡는 도깨’비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30여 분의 이동 후 확정된 주둔지에 도착한 뒤 지휘관의 첫 번째 명령이 무엇이겠는가?
개인호 구축이다. 150cm 정도 땅을 파고 그 위에 판초 우의를 설치하니 훨씬 시원하고 우글거리는 벌레, 모기,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밝게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에서 베트남의 첫 밤을 보내게 되었다. <계속>

▲ 김경태(해병 15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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