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근 노병(이하 기사에서 ‘오해병’으로 칭함)은 1935년생으로 금년 82세다.
소년전차병 1기라는 해병 기수 덕분에 원로 해병들에는 만년 소년 같은 친근함이 통하는 사람이다.
오해병의 걸음은 시속 8킬로미터 정도의 속보로 걷기 때문에 나이 들었다고 깔보고 같이 걸었다가는 온몸에 땀이 흠뻑 나게 한다.
그와 처음 악수하는 사람은 100이면 100, 사람이 깜짝 놀라며 “왜 이렇게 힘을 주십니까?”고 아프다며 손을 터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 이유는 매주 도봉산 등산을 빠지지 않고 오르고 아침마다 냉수 마찰로 체력을 다지기 때문이다.
오해병의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즉 오라고 하는 곳도 많고 오라는 말 안 해도 가야 할 곳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백수가 과로사한다”할 지경이라고 필자에게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는 사람이다.
오해병은 1남 2녀(장남 오우섭 고등학교 교사, 장녀 오희영 시애틀 거주, 차녀 오옥경 LA 거주)를 두고 있는데 두 따님이 모두 미국에 살고 있다.
매일 같이 사랑하는 딸과 손녀들과 ‘카톡’으로 대화하며 부녀지간의 정을 나누며 손·자녀들과의 애틋한 사랑을 교감하고 있는 현대인이다.
오해병은 수십 년간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이다.
그날의 반성과 새로운 삶 등이 실려 있을 것이다.
그런 기록 정신이 있기에 오해병은 ‘살아있는 해병대 역사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해병은 해병대의 새로운 역사를 재발견하거나 오류를 수정해주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누가 자신의 과거를 확대하거나 과대 포장하여 자랑을 하면 그 자리에서 지적해주거나 바른 역사를 이름과 연도 등 정확히 말해주기 때문에 오해병 앞에서 거짓말 하는 사람들은 절절 매야 한다.
해병대신문이 나왔을 때 3년간 신문사 편집고문을 맡아 많은 자료 제공과 공헌을 했던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사람이다.
오해병은 과거에 국방119 발행인으로 언론문화계에 몸담고 있던 해병대 마당발이다.
그의 수첩과 매일 쓰는 일기장에 오른 이름이 수없이 많을 뿐 아니라 그 이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총명한 사람으로 “82세의 나이는 저리가라”하고 ‘소년전차병’이라는 별명이 항상 따라붙는 모든 해병대전우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다.
오해병과 일문일답을 들어본다. 

오산근 노병

매주 등산·매일 아침 냉수마찰 “82세 나이 저리 가라”
수십 년간 매일 써온 일기 ‘그날의 반성과 새로운 삶’
해병대 역사 인물 달달 외워… 자타 공인 ‘해병대 마당발’

- 지금 맡고 계신 직책은 무엇입니까? 

황룡회(황해도 출신 해병대 모임) 총무를 20년째 맡고 있어요.
전세권(해간 3기) 대령님이 회장을 맡고 계신데 그분도 20년째 회장직을 맡고 계셔서 호흡이 잘 맞는 단체입니다.
또 하나는 4·18고대기념사업회 지도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고려대 경제과를 나와서입니다.

- 왜 그렇게 오랫동안 황룡회 총무를 맡고 계십니까? 회장을 하셔도 될 텐데요.

내가 제일 어린 나이기 때문에 회장을 할 수가 없어요.
20년 전 총무를 맡았을 때는 회원이 320명이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시거나 노환으로 누워 계신 분들이 많아서 나오는 분들이 50여 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맡을 회장이나 총무가 없는 거지요.

- 황룡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매년 국립현충원에 계신 황해도 출신 ‘해병대 무연고 전몰자’ 추모제를 지내드리고 있어요.
그분들이 98명인데 그분들은 황해도에서 나오자마자 해병대에 들어가서 도솔산지구, 펀치볼, 김일성고지, 모택동고지 전투에 참가하여 90여 명이 희생하고, 나머지 분들은 서부전선의 사천·장단지구전투에서 희생되신 분들입니다.
그러니까 서부전선으로 오기 전에 거의 돌아가신 분들이지요.
그만큼 6·25전쟁 때 중동부전선에서 전투가 치열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최근에 중요한 일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예, 화천군에 있는 파로호전승기념비가 이승만 대통령 때 세워졌는데 그 기념비에 ‘해병 12대대와 육군 6사단 장도영 장군이 전투했다’고 한 것을 전사(戰史)를 찾아 근거로 제출하여 화천군에 정정할 것을 요구하여 새롭게 세워졌습니다.
즉 그 당시 제1전투단(김성은 단장·대령) 예하 제 1대대(대대장 공정식)가 도강을 하고, 2대대는 1대대가 도강하기 전에 화천발전소를 점령하여 적들이 수문을 열어 수공작전 할 것을 미리 막는 등 전과를 세우고 중공군 2,700명을 공정식 대대장 부대가 사살하여 포위를 뚫고 승리했던 것을 기념하여 파로호(오랑캐를 부숴버렸다 하여 붙인 이름)가 생긴 역사가 해병대였다는 것을 새겨 넣게 한 것입니다.

- 오해병께서는 어떻게 해병대가 되었습니까? 어린 나이에 왜소한 체구였을 텐데요.

내 고향은 황해도 벽성군 일신면 광전리입니다.
16살 때(1950년) 개성에도 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중학 4학년 재학 중 6·25를 맞았습니다.
중공군이 밀려오자 아버지(오춘영 씨)가 나를 데리고 얼음이 바작바작 언 땅을 밟으며 1950년 12월 22일 밤에 영등포에 도착했지요.
거기서 대구, 고령, 대전, 목포를 향해 계속 피란 생활을 하였습니다.
친척이 목포경찰서에 근무하고 있어 그곳에 정착하여 나는 목포해양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해병소년전차병 모집 공문이 왔는데 오키나와에 가서 훈련을 받는다니 외국에 나갈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입대지원서와 추천서를 써줬습니다.
소년전차병 입대 시험 장소인 대전에 도착하여 작문, 기하, 대수, 체육, 공민 5가지 시험을 봤는데 피란 생활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던 내가 합격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시험관 장교에게 가서 “여기서 떨어지면 나는 죽겠습니다. 해병대로 가야 제일 먼저 상륙하여 고향을 가지 않겠습니까?”고 했지요.
당시 45kg 체중에 158cm 신장인 내가 기특했던지 “죽지 말아라”며 합격 시켜주더군요.
그렇게 해서 소년전차병 1기생이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김성은 장군과 고길훈 장군님들 밑에 있었다는데 그 연유는 무엇입니까?

무슨 사정인지 오키나와에 가서 전차교육 시킨다는 말은 없고 대신 통신교육을 시키더군요.
전차안의 전차병에게 통신을 교신하는 일이었지요.
그 교육이 끝나자 일선 전방부대인 제1전투단에 배치됐습니다.
모두가 “이젠 죽었다”고 겁냈지만 나는 오로지 황해도 고향 땅과 가까운 곳으로 간다는 일념에 희망이 들떴습니다.
파주 제1전투단에 도착하여 배치 부대로 보내지고 있는데 김성은 전투단장 차가 오더니 “오산근!” 호명하여 차에 태우더니 전투단장실에 근무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싫다고 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북진하여 고향에 가겠다고 전투병으로 보내달라고 하였지만 통신병으로 파견된 것이니 전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후임 고길훈 단장까지 모시게 되었지요.

고향 황해도 땅에 제일 먼저 상륙하기 위해 해병대 지원
남들 죽을까봐 겁낼 때에도 고향 갈 생각에 희망 품어…
무적해병신문 재창간식 감명… 언론 역할 잘 해주기를…
 

- 그렇군요. 제대는 언제 했으며 그 후의 삶은 무엇이었나요.

1957년 3월 24일 일등수병(병장)으로 제대하고 1961년부터 66년까지 농협중앙회에 근무했습니다.
최종 직위는 충청본부 감사였었는데 그때 나이가 28살이었습니다.

- 어떻게 그렇게 높이 올라갔나요?

당시 농협에서 내가 교육을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이었어요.
당시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알아주고 우대해줬던 때였는데 나보고 상무(지점장급)를 하라는 것을 간신히 고사했을 정도였습니다.

- 농협에서 그만둔 후 무슨 일을 했습니까?

자영 사업을 했습니다. 식품 납품 사업과 기타 관급 사업을 해서 저축도 했었습니다.
더 이상 길게 하지 않은 것은 불의와 타협하기 싫어서 그만 둔겁니다.
담당자에게 자존심 숙이고 대접도 해야 하고 갖다 바치기도 해야 하는데 ‘해병대가 그러면 되겠나?’하는 생각에 모두 걷어 버린 겁니다.

- 결혼은 언제 했으며 어떻게 부인을 만나셨나요?

군 제대 후 국학대학교(나중에 고려대) 3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충무로에 살았을 때였는데 대연각호텔 무학성카바레에 불이 나서 불구경을 하고 있는 중에 옆에 예쁜 처녀(현 부인 강옥희 여사)가 있더군요.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때 나는 경기여고 정문에 기다렸다가 여학생 한 명을 만나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눈에 나타난 거죠.
이젠 경기여고 앞에 가는 것 대신 이 여자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무작정 그 여자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만에 결혼을 하게 된 겁니다.
그 이후 어느 여자와도 손목 한번 잡아 본 일이 없는 ‘바른 사나이’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지금의 아내와 서로 의지하며 잘살고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생각해보면 과분한 여자가 아내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 오해병께서는 해병대정신이 남보다 강한데 아드님은 해병대에 왜 못 보냈습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나의 잘못입니다. 아들이 지금도 내게 말합니다.
“엄동설한에 아버지가 15살인 나를 발가벗기도 기합을 준 것이 해병대에 못 간 이유”라고 말입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교육을 보고 나를 낳아준 아버지가 저 정도면 아무도 모르는 해병대에 가면 죽는 줄 알았던 겁니다.
그래서 아들은 몰래 육군에 갔습니다.
아들이 체대를 나와 체육교사가 됐는데 학교에서 해병대 출신 교사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선배님, 후배님’하는 것을 보고 지금은 해병대에 못 간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 끝으로 무적해병신문에 하실 말씀은?

지난 8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무적해병신문 재창간식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해병대 인사들과 국가원로 분들이 대거 참석하였는데 한결같이 해병대의 하나 됨과 우월성에 부러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는 해병대를 홍보하기 위해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사장이 그 역할을 잘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2012년 해병대신문 편집고문으로 활동하며 이인수 박사(左)와 인터뷰하는 모습

인천상륙 제66주년 참가사진

1957년 해병대 정복 모습

해병대 복무 시절 서울 거리를 활보하는 오산근 해병

오해병의 제안으로 다시 세워진 파로호기념비

▲ 감사패
오산근 소년전차병 1기
귀하는 해병대신문과 해병대전우신문 편집고문을 역임하면서 신문 발전을 위해 많은 협력과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이에 깊은 감사의 뜻을 이 패에 새겨 드립니다.
2016. 8. 18
공정식  강기천  김동길  이인수  조윤한  제재형  강승훈
박  실  성대석  김태문  안병훈  조갑제  김무일  오재훈
무적해병신문
발행인·대표 신동설

신동설 발행인  sds15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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