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상(해병 257기) 전우로부터 장문의 편지가 왔다.
  그는 청장년시절을 교도소에서 생활했다고 하며 자신의 사연을 적어 보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고 살고 있다.
  다만 그것이 밖으로 보이지 않을 뿐 죄의 차이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은 꼭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이번 호에는 유익상 전우를 초대하여 그의 고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 우선 유익상 전우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채 가시지 않은 1954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가정을 버리고 집을 돌봐주지 않았던 분이었죠.
  제가 세 살 되던 해 어머니의 등에 업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 돈암동에서 초등학교(삼선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송중학교야간에 입학했습니다.
  저희 짝꿍의 소개로 서울대학교 병리검사실의 사환으로 취직을 해서 제 학비는 제가 벌었습니다.
  의대 교수님들이 저를 사랑해줬고 법의학 교실에서 시체부검 테크닉을 습득하여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인간들의 비참한 말로를 목격했습니다.
  부검해야하는 시신들은 대개 살해되거나 사망 시 문제가 있어서 법에 호소하기 위해 죽어서도 다시 해부당하는 분들 아니겠습니까?

- 그렇군요. 유 전우는 그때만 해도 꽤 장래가 촉망됐던 소년기라고 생각되는데 언제부터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보십니까?

  우선 가정의 문제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같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는 것을 보며 살았습니다.
  거기다 사체를 해부하고 나면 부검교수님들은 독한 술을 먹습니다.
  저 역시 같이 참여했으니까 사체 해부의 악몽을 잊으려 어린 나이에 한두 잔을 얻어 마시다 보니까 성장기에 알코올 중독이 됐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역시 야간을 다녔는데 거기서 나쁜 애들과 어울려 방황을 하게 됐습니다.
  방황하는 것을 모르는 교수님들은 처음에는 “의대에 가라. 내가 보내줄게” 하시다가 “내가 공부하는 게 싫다”고 하니까 “그럼 운동이나 하거라”하며 무척 아껴주며 체육관에 나가게 특별히 배려해 줬습니다.
  그래서 을지로에 있는 한국체육관에 가서 복싱을 배우게 됐죠.
  이미 비뚤어진 나의 생활이 스포츠정신을 받아들이기엔 늦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고3을 중퇴하고 1973년 1월에 해병 257기로 입대했습니다. 

- 해병대 생활은 잘 했습니까?

  실무에 배치되어 매일 싸움만하고 술을 마시다 보니 계속 교육만 시키더군요.
  해병공수교육 5기로 수료하고 수색훈련이나 해안방어훈련 등 계속 교육만 받다가 1975년 9월에 만기 제대했습니다.

- 만기제대를 한 것은 군 생활을 이상 없이 잘했다고 보는 데요.

  제대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19살에 입대해서 21살에 제대하여 경찰에 투신하려 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매일 술이나 먹고 친구들과 노니까 어머니가 일찍 가정을 가지면 마음잡을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시켜줬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가정파탄을 내고 1980년 5월에 광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5.18이 터진 겁니다.
  저는 그때 민주항쟁에 참가했다가 도망 나와서 서울행 열차를 타게 됐습니다.
  열차 안에서 공수특전단 부사관과 시비가 벌어져 대전부터 영등포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싸웠습니다.
  역에 내리니까 수도군단 헌병들이 나를 지프차에 태워서 성북경찰서로 보내더군요. 

- 그래서 잘 해결 되었나요. 

  천만에요. 그 사건이 나의 일생을 바꿔 놨습니다.
  당시 국보위원회 시절에 삼청교육대가 있었던 때가 아닙니까?
  결국 저는 3년 징역을 선고받아 춘천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삼청교육대로 가서 모진 고생을 하고 출소했습니다.
  사회에 복귀하니까 전과자의 낙인이 찍힌 제가 갈 곳이 없었습니다.
  겨우 남대문시장 경비원으로 들어갔는데 술만 취하면 때려 부수고 행패를 부리는 것을 일삼았습니다.

-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드는군요. 한 사람의 영혼이 점점 추락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 다음의 얘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툭하면 싸우고 사람을 때리는 바람에 폭력범으로만 교도소를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렇게 20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했던 것입니다.
  청송감호소에만 12년간을 있었습니다.

- 청송감호소가 아주 힘든 곳이라던데요.

  지금은 감호소가 없어졌지만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 중 사회에서 교화되기 힘든 출소자들을 감호소에 보내 교화시켜 사회로 복귀시킨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감호소에 가니까 교도관들 밑에 보조원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재소자들 중에서 뽑습니다.
  그 보조원들이 같은 재소자들임에도 부당한 처사를 하더군요.
  해병대의 슬로건이 ‘자유와 정의를 위하여’인데 저는 그곳에서 정의를 지켜달라고 항의를 했죠.
  그러면 다시 독방에 넣어 못살게 만들곤 했습니다.
  여하튼 청송감호소에서 모든 것을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해병대정신이 항상 저를 지켜줬다고 봅니다.
  아마도 제가 남에게 굴복하지 않는 태도만 가졌어도 좀 덜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는 평생 남에게 지며 살아온 일이 없었던 게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았습니다.

- 언제 사회에 복귀했으며 그 후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2002년 출소해서 집에 가니까 집은 형이 팔아서 종적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냥 길거리에서 하늘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취한 김에 “에라, 모르겠다. 내 인생은 그런가 보다. 다시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구호를 길거리에서 외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즉시 경찰서로 연행되어 갔지요.
  나를 잘 아는 형사가 그러더군요.
  “익상아! 너는 종북세력이 아니잖아”며 “유익상은 나쁜 인간이 아니다. 종북도 아니다. 다만 폭력전과만 있는 사람이다.”하고 관대하게 조사하더군요.
  그때 나는 몹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내가 누군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해병대 아닌가?’ 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깊이 반성하고 후회했습니다.

- 맞습니다. 해병대는 국가안보의 최선봉에 있는 군대입니다. 각자 이념은 달라도 국가 안보는 모두가 일치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해병대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형사의 말대로 당신은 단지 폭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 종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구속에서 나오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교도소에는 수많은 종교가 들어옵니다.
  그 중 제가 선택한 종교는 기독교였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성경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외우다시피 읽었습니다.
  작년에 교회에(청파동 청암교회) 나가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들을 회개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저희 교회 목사님도 저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기도를 해주십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마지막 일은 교도소에 다니면서 신앙 간증도 하고 복음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술과 담배도 끊고 경비원 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갖고 싶습니다.
  신문사에 올 때도 기도하면서 왔습니다.
  “제가 신문을 통해서 진심으로 잘못을 회개하오니 못난 죄인을 붙들어 주십시오” 하고요….

- 참 훌륭한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사람은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누구나 다 잘못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오늘 유익상 전우가 진솔하게 자신의 모습을 내놓으며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유 전우를 붙들게 한 성경말씀은 무엇입니까?

  예, 빌립보서 4장 6~7절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 신앙은 마음에 자유와 평화를 얻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이 당신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무쪼록 심지가 굳게 내린 신앙심으로 축복된 여생을 지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신동설 발행인  sds1557@hanmail.net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