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적의 포탄 화염 속에서도 해병대는 적 도발 13분 만에 대응 사격을 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8주기인 지난 11월 23일, 장하정 본지 취재본부장이 연평도를 찾았다.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영하로 내려간 기온 탓인지 부두에는 칼바람이 불어 당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와 고(故) 문광욱 일병, 그리고 사망한 민간인 고(故) 김치백 씨와 고(故) 배복철 씨의 원혼이 맴도는 듯했다. 그날 북한의 만행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자.

■ 예견된 북한의 포격 도발
2010.11.23. 14:34경, 평화로웠던 연평도에 갑자기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북한군이 포격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된 이후에도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과 도발은 수없이 많았으나, 이처럼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던 지역에 포탄을 퍼붓는 극악무도한 도발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발이 자행된 그날, 해병대 연평부대는 월간 계획에 따라 정례적인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북한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당시 북한은 “우리가 설정한 영해로 사격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화 통지문을 보냈다.
아울러 당시 우리 군이 실시하고 있는 호국훈련을 두고 자기들을 침략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항의하면서 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우리 군은 호국훈련의 경우에는 이미 사전에 북한에게 알린 일상적인 훈련이며 특히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은 호국훈련과 무관한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통보했다.
사격훈련은 연평도 남서쪽 우리 측 해상구역에 대해 실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러한 북한의 주장은 도발을 위한 구실이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이미 포격도발을 자행할 준비를 완전히 갖추어 놓은 상태였다.
이러한 포격도발이 있기 수 시간 전에 정보본부에서는 수시첩보 보고로 북한의 포사격 징후를 포착해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 등 20여 기관에게 통보했으나, 당시 정부와 군 지휘부에서는 “북한이 아무리 극악무도하다 할지라도 민간인을 공격하겠느냐”며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이를 묵살해 버렸다.

■ 13분 만에 대응사격
해병대 연평부대는 계획에 따라 13:00에 무반동총 사격을 시작으로 13:30에는 K-9 4문이 해상에 대해 사격을 개시하여, 14:31까지 총 60발을 사격했다. 이후 곧바로 적의 포격도발이 이루어졌다.
적은 최초에 130mm 및 76mm 해안포, 그리고 122mm 방사포를 동원하여 약 140발을 연평도를 향해 발사하였는데, 그 중에서 80발은 해상에, 그리고 60발 정도만 섬에 떨어졌다.
포탄이 떨어지자 연평부대는 즉각 해상사격훈련을 중단했다.
적의 포격으로 인해 우리 해병대의 K-9 2문이 손상을 입었고 나머지는 일단 유개진지로 대피한 후 적 포격이 개시된 지 13분이 지난 14:47, 손상을 입은 2문과 사격훈련 중 불발탄으로 인해 사격이 불가능한 1문을 제외한 K-9 3문으로 대응사격을 개시했다.
첫 번째 적 도발 시에는 어디서 포탄이 날아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무도의 적 해안포 막사를 향해 50발을 사격했다.
15:12에 2차 포격으로 방사포탄이 날아오자 그때엔 대포병레이더로 개머리의 적 포격지점을 포착, 이에 대한 제원을 파악하여 총 4문(불발탄을 제거한 K-9 1문 포함)으로 15:25부터 15:41까지 포격지점에 대해 30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이후 북한군의 포격 도발이 더 이상 없어 포격전은 일단락되었다.
당시 우리 해병의 대응사격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점을 두고 찬사가 이어졌다.
당시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장 맥도널드(J. A. Macdonald)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갑자기 포탄이 날아와 옆 동료가 죽었는데, 대한민국 해병대는 13분 만에 나가 대응사격을 했다. 쉬울 것 같은가? 우리는 그 용기를 안다.”

적의 포격으로 불타고 있는 연평도 마을

포격 도발로 인한 당시 마을 피해 현장

■ 북한에는 우리 같은 해병대가 없다
대포병레이더는 육군의 군단급 포병부대에서 보유하는 장비로, 우리 해병대는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당시 연평도의 대포병레이더는 육군병사가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의 1차 포격도발이 개시되자 대포병레이더 운용병도 대피호로 대피한 것을 보고 이를 다시 돌려보냈다.
그래서 2차 포격 시에는 적의 사격진지를 탐지하기는 했다.
그러나 고도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K-9 포탄은 적 방사포 진지 후방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에 비해 당시 연평부대 포 7중대의 임준영 상병은 자신의 방탄모에 불이 붙어 있던 상황에서도 사격 준비에 몰두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대포병레이더를 해병대원이 작동하고 있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착각일까?
다행스럽게도 현재 연평부대의 대포병레이더는 우리 해병대원이 운용하고 있었다.
당시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을 분석해 볼 때, 주력으로 사용한 방사포탄 중에서 절반 이상이 바다로 떨어졌으며 섬에 떨어진 포탄도 어디가 목표였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대와 민가 지역에 난잡하게 분포된 점을 고려 시 사전에 충분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격술이 매우 형편없고 방사포의 오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섬에 떨어진 포탄 중에서 20발이 불발탄이었던 점을 고려 시 북한군의 탄약 관리와 포탄 생산 체계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포탄을 번쩍번쩍 빛나게(?) 보관하고 적 머리 위에 정확하게 포탄을 떨어뜨리는 우리 해병대 포병 같은 부대가 당시 북한에 없었다는 점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두 번째 포격, 북한의 야만적인 짓
아픈 일이지만 당시 전사한 해병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故) 서정우 하사는 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위해 부두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첫 번째 포격 시 부두 인근 대피호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중 두 번째 포격이 가해져 부대 바로 앞에서 적의 포탄에 피격되어 전사했다.
당시 착용하고 있던 모자의 해병대 표지가 바로 옆 소나무에 날아가 박혀 마음을 더 애절하게 하였다.
고(故) 문정욱 일병은 부대에 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병으로 첫 번째 포격 시에 대피호에 피신했다가 포격이 멈추자 피해를 정리하기 위해 나왔다가 두 번째 포격 때 가슴에 파편을 맞아 바로 응급처치를 하였으나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두 해병대원은 모두 두 번째 포격으로 전사한 것이다.
두 번째 포격이란 무엇인가?
통상 포격이 있고 나면 피해를 살펴보고 사상자를 조치하기 위해 대피해 있던 인원들이 나오게 된다.
두 번째 포격은 이때 노출되는 인원을 노리는 야비하고 비열한 짓이다.
북한군의 이 같은 야만적인 포격으로 인해 2명의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민간인 2명은 당시 군 관사 공사를 위해 육지에서 연평도에 들어와 컨테이너에 있었는데 컨테이너에 정통으로 포탄이 명중하여 사망한 것이다.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빌었다.
지난 11월 23일 오전 연평부대장과 연평도 부면장 주관으로 포격전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사가 거행됐다.
기자의 눈으로 보기에 다소 조촐하게 거행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장소가 협소해 그럴 수밖에 없었겠노라고 애써 스스로 다독였다.

故 서정호 하사의 전사 지점

포격의 충격으로 나무에 박힌 故 서정우 하사의 정모 앵카

■ 지금도 잠자리 옆에는 배낭이…
연평도 서쪽 끝에 있는 망향동산에 올라보니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서쪽으로 25km 떨어진 우도가 선명하게 보였고, 김정은이 직접 방문해 ‘적 코앞까지 다가간 용감하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한창 치켜세웠던 무대인 장재도와 갈도도 바로 눈앞에 있는 듯 보였다.
연평도 부두가 있는 당섬에서 다리를 건너오면 바로 그곳에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바닷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 주민 김순옥 씨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어보았다.

▲ 기자 :
당시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김씨 :
포격 도발이 있었던 당시 저는 집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부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한다고 방송으로 공지를 했기 때문에 포 발사 소리에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나게 큰 폭발 소리가 나 놀라서 ‘무슨 일이지?’ 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에는 집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포탄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른 뛰어 나와 옥상에서 바라보니 온 동네가 불바다가 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우왕좌왕 뛰어 다니고 있어서 저도 정신이 없었던 터라 맨발로 뛰어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휴대폰을 가지고 방공호로 가서 마을 사람들과 있었습니다.
경찰관과 공무원들이 빨리 육지로 나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는데, 이미 배 타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당시 들어오던 여객선은 뱃머리를 돌려 나가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다리다가 해군에서 제공한 공기부양정을 타고 인천으로 나가 찜질방에서 마을 사람들과 합류했습니다.
당시는 정말로 전쟁터 같았습니다.

▲ 기자 :
사장님 집도 당시 피해를 입으셨다지요?

▲ 김씨 :
저희 집은 이 카페 바로 뒤에 있습니다. 제 집과 바로 옆에 집이 폭탄에 명중돼 전소되고 있었고, 이곳 가게 뒤 벽에도 포탄 폭발로 인해 불이 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와 육지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카페 1층에 있는 노래방 후문과 벽면에 당시 불에 났으나 현재는 모두 보수돼 있었다. 그러나 파편이 날아와 파인 시멘트 벽면 자국은 당시를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보수하지 않고 일부러 남겨 두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 기자 :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해준 조치는 무엇이었는지요?

▲ 김씨 :
일단 이곳을 떠날 때 어선, 공기부양정과 군함 등을 타고 인천으로 나왔고, 인천의 임시거주인인 찜질방에서 대부분의 주민이 몸만 나왔기 때문에 긴급 생필품을 구입하라고 나라에서 1인당 100만 원씩을 지급해 주었습니다.
이후 겨울이 다가와 이곳의 각종 생활시설이 동파되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김포에 임시 거주지로 아파트를 제공해 3개월 정도 그곳에서 기거하면서 생활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나이 든 분들이 자꾸 돌아오고 싶어 하셔서 돌아와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도 나라와 군부대, 관공서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었고 전소된 집은 나라에서 모두 다시 지어주어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습니다.

▲ 기자 :
최근에 남북의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혹시 불안감 같은 것이 아직도 남아있습니까?

▲ 김씨 :
그럼요. 아무리 언론에서 평화회담 등을 방송해도 우리는 당시 트라우마 같은 것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도 잠자리 옆에는 필요 시 바로 매고 대피할 수 있도록 배낭을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또한 어디서 단순히 ‘쿵’ 소리만 나도 예민해져서 대화를 나누다가도 깜짝깜짝 놀라며, 방송에서 사격훈련이 있다는 방송이 들리면 TV 소리도 줄이고 창문을 열고서 그 방송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그런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요.

▲ 기자 :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싫을 테지만 이렇게 취재에 응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곳 연평도의 토박이로써 고향을 지켜나가겠다는 그 마음이 8년 전의 사건으로 인해 흔들림이 없기를 바라고 평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날의 뒷이야기들
연평도를 방문하면 꼭 한 번 들러볼 장소가 있다. 바로 연평도 안보교육장이다.
연평면 문화관광해설사인 김영순 씨가 안보관을 안내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는데 약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 설명을 통해 당시 연평도에 건축된 집들은 조개껍질과 바닷모래로 찍은 벽돌로 주로 지어져 벽돌이 쉽게 부수어지는 바람에 집이 포격에 피격되었을 때 피해가 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연평도에 주유소가 없어서 각 집에 드럼 2개씩을 두고 하나에는 식수, 하나에는 연료를 보관해 있었기 때문에 집에 불이 붙었으면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었으나 그 이후 연평도에도 주유소가 생겨 그런 위험이 없어졌다고 했다.
포격 중에서도 천만다행이었던 것은 포격도발이 있던 그날 그 시각이 마침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었고, 면사무소에서 행사가 있어 주민들이 모두 부둣가와 면사무소에 모여 있었던 관계로 마을의 집에 포탄이 떨어졌어도 인명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만일 그때 주민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포탄이 떨어졌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또한 당시 촛불을 내놓아도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서 다음날 육지에서 소방차가 들어와 진화할 때까지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그나마 산림이 많이 타지 않아 다행이었다는 점 등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최선의 전쟁보다 최악의 평화가 낫다
당시 적의 포탄이 여기저기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많은 해병들의 영웅적인 행동이 빛났다.
앞에서 소개한 임준현 상병 외에도 포탄이 떨어지자 마을 유치원으로 달려가 어린이와 교사를 대피시킨 남정일 소령과 정찬호 상사, 유치원생과 노인들을 대피호에 대피시킨 손병문 중사와 전지호 상병, 신병들을 교통호에 안전하게 대피시킨 정연하 일병(실제로 그 직후 신병들이 있던 교육대에 포탄이 직격했다), 포격에 부상을 입고 쓰러진 해병들을 위해 포격 중에서도 달려가 구급차를 끌고 온 차재원 하사와 전우를 후송시킨 배병규 중사 및 조수원 일병, 소방 셔터가 정전으로 작동하지 앉자 지게차로 셔터를 부수고 소방차를 출동시키는 기지를 발휘한 이충민 상병, 그리고 이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많은 영웅 해병들이 있었다.
비록 이번 취재 중 연평도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8년 전의 끔찍한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최선의 전쟁보다 최악의 평화가 낫다”는 말을 한 번 더 되새기며 육지로 나오는 배에 몸을 실었다.  [취재 : 장하정 취재본부장]

연평도의 대피호

포격 도발 이후 불발탄 제거 현장 당시 모습

포격 도발 당시 주민 상황을 증언하는 김순옥 씨

연평부대의 연평도 포격전 8주기 추모행사

연평도 안보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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