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최고의 영예인 태극무공훈장. 정장, 부장, 금장, 그리고 약장이 있다. 우리 군은 정복에 북한군처럼 부장을 주렁주렁 부착하지 않고 통상 약장을 부착한다.

장성급이상 지휘관 표창약장

공통 및 각 군별 영예약장

■ 약장, 군인이 걸어온 길
군인이 많이 착용하는 복장 중에서 가장 멋있는 군복은 단연 정복이다.
정복에는 많은 부착물이 있는데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두는 것은 계급장이고, 두 번째가 울긋불긋하게 왼쪽 가슴에 부착되어 있는 약장이다. 이후에 각종 부착물을 바라본다.
계급장과 약장은 정복 외에 예복과 근무복에도 부착한다.
복장에 부착되어 있는 계급장은 해당 군인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고 약장은 군인이 걸어온 길, 즉 그 군인이 ‘어떤 훈·포장을 수여받았는지, 어떤 보직을 거쳤는지, 몇 년이나 근무를 했는지, 어떤 전투에 참전하였고 어떤 특수한 지역에 근무하였는지’와 같은 경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 약장 착용 기회 적었던 과거
우리나라의 1, 2등급 훈장은 정장, 부장, 금장, 약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등급 이하의 훈장과 포장은 부장이 없다. 그리고 기념기장은 정장과 약장으로만 구성된다.
2015년 이전의 약장은 훈장과 포장, 참모총장급 이상 표창장을 수상했을 경우의 표창기장, 특정 전투에 참전하였거나 특정 임무에 참가했을 때 기념기장, 그리고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을 역임했을 경우의 직책근무약장만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약장은 주로 오랫동안 장교로 근무해야만 많이 착용할 수 있었다.
훈포장을 제외한 표창의 경우, 부사관이 참모총장 이상의 표창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었고, 직책근무약장은 대대장 이상부터 패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무한지 19년 정도가 된 우리나라의 부사관과 미군의 부사관 사이에 패용할 수 있는 약장이 차이가 많이 났다.

■ 제복 패용 약장 대폭 확대
그러다가 지난 2015년, 현역 군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제복에 패용하는 ‘약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기존에 제복에 부착할 수 있는 약장은 훈·포장 12종, 표창 3종, 기장 21종 등 36종이었으나, 여기에 표창 4종, 직책근무 6종, 영예 15종 등 25종의 약장을 새로 달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군복에 달 수 있는 약장은 61종으로 늘어났다.
표창 약장은 준장 이상의 지휘관 표창을 받으면 패용할 수 있고, 직책근무약장은 소대장까지 확대하였으며 부사관은 영관급부대 이상 주임원사 등의 직책을 마치면 패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육군은 전쟁영웅상, 해군은 작전사 전비우수부대, 공군은 탑건 조종사, 위국헌신상 수상자 등과 같은 영예 약장을 신설하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초급간부와 부사관들이 약장을 더 많이 부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일부 간부들도 잘못 패용
우리나라의 남자라면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오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계급장을 읽을 줄 알고 있다.
그리고 군 생활 중에는 일상적으로 전투복만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군복을 바라보면 맨 먼저 계급장을 먼저 바라보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약장은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는 약장을 자신의 가슴에 부착하고 있는 일부 간부들조차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근한 예로, 국회 ‘박근혜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2016.12.22.)에 출석했던 조여옥 대위가 정복 차림에 자격이 없는 약장을 패용하고서 참석했다가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고, 중계카메라를 통해 조여옥 대위의 정복에 부착된 약장을 발견한 육군 측은 이를 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지나고 국정조사가 속개된 뒤 조여옥 대위의 정복에는 약장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현역 장병에 대해 충분한 홍보와 교육을 통한 계도를 실시할 예정이며, 그 후에도 위반할 경우에는 상훈법 벌칙조항과 품위유지위반 등으로 처벌할 예정이라고 한다.

■ 한·미 약장에 대한 시각 차이
미군도 우리와 같은 약장이 있다. 그런데 우리와 다소 다른 문화가 있다. 미군은 계급장 못지않게 약장을 명예스럽게 생각하고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계급장과 같이 약장을 마음대로 부착하지 않는다.
오래 근무한 부사관 약장은 근무연한이 같은 장교와 비슷한 숫자의 약장을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약장에 대한 ‘명예’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었다.
미 제25대 해군참모총장이었던 부르다(J. M. Boorda, 1939~1996) 제독(대장)은 수병으로 해군에 입대하여 해군참모총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많은 해군 장병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1980년경 한 행사에 약장을 패용한 정복 차림으로 참석했는데, 이것이 15년도 더 지나서 갑자기 문제가 되었다.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로 뉴스위크(Newsweek)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던 핵워스(D. Hackworth, 1930~2005) 기자가 부르다 제독의 옛 사진 한 장에서 그가 실제로 자격이 없는 약장을 패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 약장 때문에 목숨 버린 미 해군참모총장
문제의 약장은 미 해군/해병 공로훈장(Navy/Marine Corps Commendation Medal)과 해군/해병 근무유공훈장(Navy/Marine Corps Achievement Medal)으로, 당시 사진에서 부르다 제독은 두 약장 위에 ‘실제 전투 행위에 참전하여 수여 받았음’을 표시하는 ‘V’자(‘Valor’의 머리글자) 핀을 달고 있었다.
사실 부르다 제독은 이미 핵워스 기자가 문제의 사진을 지적하기 1년 전부터 해당 약장에서 V자 핀을 떼고 착용해왔지만, 어쨌든 그는 과거에 “허위로 명예를 도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결국 군 고위 장교가 명예를 사칭했다는 비난에 시달리던 부르다 제독은 1996년 5월 16일, 자신의 가족과 공보장교 앞으로 각각 유서를 한 통씩 남긴 후 집무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가 사망한 후 이 문제는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던 줌월트(E. Zumwalt, 1920~2000) 제독의 지시와 군 상훈규정이 충돌해 생긴 문제로 밝혀졌다.
월남전 당시 줌월트 제독은 부르다에게 해당 훈장을 수여하면서 V자 핀을 포함시키라고 지시했으나, 이는 수여자의 지시로 붙는 것이 아니라 상훈 규정상 ‘직접적인 전투행위에 참가하여 공훈을 세웠다’는 증명서가 붙어야 수훈이 가능했기 때문에 오해가 생겼던 것이다.

■ 약장은 군인의 명예
이처럼 약장은 단순히 멋있게 보이기 이전에 명예와 관련된 패용물이다.
그런데 최근 각종 예비역 행사 및 시위 현장에서 군복, 그것도 전투복을 착용한 채 약장을 가득 붙이고 있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
대장 계급장이 멋있게 보여도 처벌이 무거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인지 함부로 부착하지는 않지만 약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마음대로 패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전투복에는 약장을 패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행법상으로 높은 계급의 계급장을 붙이고 그 계급을 사칭하며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면 중한 처벌을 받지만, 해당 계급이 아닌 자가 계급장만을 붙이는 것은 자격이 없는 자가 약장을 패용한 것과 동일하게 경범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경범죄 위반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약장은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예비역으로서 착용하고 있는 군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단지 멋있게 보일 목적으로 약장을 맘대로 패용하는 것은 그 약장이 지니고 있는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생각하여 이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장하정 취재본부장】

공통 및 각 군별 영예약장

정복을 착용한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17개 약장 중에서 10년 미만 근무한 장교가 패용할 수 있는 약장은 1~2개뿐이다.

약장 착용 실수로 명예를 위해 목숨을 버린 미 제 25대 해군참모총장 부르다 대장

조여옥 대위가 청문회 입장 시 약장을 패용한 모습(左)과 속개 시 약장이 제거된 모습(右)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