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해병신문

장하정 취재본부장

장하정 중령은 1983년 해사 41기로 입교하여 2018년 7월까지 35년 6개월간 해병대장교로 복무하였다. 그 기간은 해병 500기 초반부터 1200기 초반까지의 해병대의 장구한 역사다. 소대장부터 대대장까지의 해병대장교의 일생을 반추해본다. 그리고 무적해병신문 취재본부장으로의 그 각오를 들어 본다.

- 최근 해병대를 전역하셨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군 생활을 하셨습니까?

1983년 1월 해사 제41기로 가입교한 후, 지난 7월까지 35년 6개월 동안의 군 복무 중 사관생도 시절을 제외하면 해병대장교 생활만 31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생애를 해병들과 함께 뒹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더 이상 그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섭섭한 마음이 앞서기만 합니다.

- 해사생도 중 일부만 해병대장교로 임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병대장교를 지원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저희 동기생들은 192명이 입교하여 142명만 졸업했고, 그 중에서 34명이 해병대소위로 임관했습니다.
저는 제 형님을 비롯하여 주변에 해병대에 복무했던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 분들이 제가 고교 시절에 “우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군대다운 군대는 해병대 밖에 없다”고 하도 얘기를 해서 해병대장교가 될 수 있는 해군사관학교를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해병대장교로 임관한 제 동기생들은 해병대를 지원한 것에 대해 결코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만큼 해병대는 매력적인 군대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죠.

- 우리 해병대가 어떤 점에서 그렇게 매력적인 군대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도 역시 가장 군대다운 군대라는 것입니다.
적이 가장 두려워 할 수 있도록 똘똘 뭉쳐 있는 우리 해병대를 따라 올 군대는 없다는 것이죠.
선임들이 후임 휴가자 해병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옷을 빳빳하게 다려주는 일, 택시기사 해병대 선배님이 요금을 안 받았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에서 갑자기 “몇 기지?”하며 술값을 계산해 준 선배님들 등 해병대의 끈끈한 전우애를 보며 ‘가장 군대다운 군대’라는데 큰 매력이 있는 것입니다.

- 해병대소위로 임관 후 어디서 근무하셨습니까?

1987년 김포 2사단에서 한강 하구를 경계하는 부대의 소대장(소대원 32명)으로 부임하였습니다.
소대장을 마치고 81대대 정보장교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사단 권총선수로 선발되어 약 100일 동안 권총 사격만 했습니다.
해군참모총장배 부대 대항 사격대회가 있었는데요, 다른 부대는 따라 올수가 없었고 우리 해병대 1사단과 2사단의 경쟁이었지요.
거기서 최고점수를 얻어 금메달을 땄습니다.
한때는 최고의 권총잡이가 된 셈이죠.
대위가 되자 제2사단 수색중대로 명령이 났습니다.
꿈에 그리던 해병대 수색부대원이 된 것이죠.
수색부대로 전출 간 후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모든 군의 공수교육은 육군 특수전교육단에서 위탁교육을 받았는데요, 교육대에 입교하고 보니 해병대 수색요원 외에 육군 헌병 특별경호대, 대통령 경호실 및 안기부 신입요원들이 같이 들어와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공수교관들이 타 기관의 교육생에게는 뭐라 말도 못하면서 잘하고 있는 우리 대원들에게 화풀이 하듯 자꾸 괴롭히는 겁니다.
제가 우리 해병대 교육자들을 집합시킨 후 “해병대가 타군 교관에게 지적받는 것은 수치다”고 ‘빳따’를 1대씩 쳤습니다.
이 광경을 본 타 기관 훈련생들은 훈련만으로도 힘든데 ‘빳따’까지 맞아가며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해병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고 공수교관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훈련 시에는 계급장 없이 번호만 붙이고 있었고 얼굴이 어리게 보여 교관들이 처음에는 제가 대위인줄 모른 채 비교적 각이 잡힌 저를 호명하여 시범을 시키곤 했는데 그 일이 있고나서야 대위인줄 알았다며 해병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 보통 해병대원들이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하는 상관으로 중대장을 기억하곤 합니다. 중대장 직책은 어디에서 수행하셨습니까?

1992년에 백령도 제6여단 제1중대장에 부임하여 수색부대 근무 시 실시했던 PT체조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습니다.
중대원들이 “우리가 수색부대도 아닌데 왜 이렇게 훈련을 시키느냐?”고 불평을 하더군요.
그러나 ‘훈련은 실전처럼, 나를 죽이지 않는 훈련은 나를 그만큼 더 강하게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임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했던 중대원들이 ‘백곰전우회’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함께 모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느 중대원이 얼마 전에 저에게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우리가 당시 매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불평불만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훈련할 때 항상 중대장님이 맨 앞에서 나섰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항상 우리와 함께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한 덕분인지 몰라도 저희 중대가 제6여단 93년도 중대전술훈련평가에서 최우수중대로 선발되기도 하였습니다.
군인으로서 강한 훈련은 당연한 일이지만, 단시 중대원들 입장에서는 여간 곤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인접부대와 비교해서 자신의 부대 훈련이 더 강하다고 여겨지면 그만큼 더 큰 자부심이 생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해병대원들이 타군에 비해 더 큰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 중대장이 힘든 훈련을 시켰으면 다시 보고 싶지 않았을 텐데 당시 중대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대장을 마친 후에 어디로 이동하셨습니까?

사령부로 이동하여 지휘통제실의 지휘통제장교 보직을 거쳐 사령부 경비중대장, 즉 의장대장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 의장대장으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요?

원래 의장대장은 대위가 근무하는 보직입니다.
그런데 저는 소령으로 진급한 후에도 1년을 더 했습니다.
제가 의장대장으로 있는 동안 M-16 소총을 의장대 병기로 사용하던 것을 M-1 소총으로 바꿨습니다.
그 이유는 미 해병대가 참전하여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 당시에 사용했던 소총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의장대가 사용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6·25전쟁과 베트남전 초창기에 선배 해병들이 사용했던 소총을 의장대가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치였기 때문에 사령관께 보고하여 승낙을 받아낸 것입니다.

- 보병장교가 권총사격선수, 수색대, 의장대장, 그리고 사관후보생 훈육관 등 마치 한편의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어디에서 근무하셨습니까?

이후에는 해군대학을 수료하고 미 국방정보국의 합동연합전략정보과정 유학을 다녀와서 국방개혁위원회에 군사혁신단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파병사단인 이라크 자이툰 사단에 1진으로 파병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원할 당시에는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매일 사상자가 생겨 안전한 곳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전경험을 쌓을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원 당시 중령 진급심사를 앞두고 있던 때라 진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주위의 충고에 다소 고민도 있었죠.그러나 ‘진급 때문에 파병을 지원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해병대장교 자격이 없는 것이다’고 스스로 단호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 파병근무 기간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한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한번은 사단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면서 머리를 빡빡 밀고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에 중령 진급자 발표를 한 직후라 당시 황의돈 (육군)사단장은 제가 중령 진급이 안 되어 그런 줄 알고 당황했답니다.
그 분은 나중에 제가 진급된 것을 알고서는 “왜 장교가 머리를 그렇게 빡빡 밀었나?”고 묻길래 “그 이유는 전투 시 머리에 부상을 입었을 때 치료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내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즉각 전장을 향해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시입니다. 그렇기에 국가전략기동군 해병대는 전통적으로 머리를 짧게 깎습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이후 바로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부대원 전원은 머리를 최대한 짧게 깎을 것, 수송기로 이동하는 인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단장 자신도 해병대 수준으로 확 밀어버렸습니다.
나중에 농담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그렇게 머리를 짧게 깎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주변의 일부 간부들이 저에게 툴툴거리더군요. “우리가 해병대냐?” 하면서….
이라크를 3박4일 동안 달려간 과정은 과거 사령부에서 발간한 ‘해병대지’에 기고하였습니다.

- 이라크에서 귀국 후에는 어디로 보직되셨습니까?

귀국 후 제22대대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저는 대대장 시절 대대파티를 좀 색다르게 했습니다.
우선 대대 연병장에 소주를 가득 쌓아 놓고 마음껏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대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파티는 마지막 해병이 그만 먹고 싶다고 할 때까지 한다. 단, 중간에 취한 해병들은 먼저 들어가 자도록 주위 해병이 도와줄 것. 둘째, 단 1명이라도 술에 취해 실수를 하거나 넘어져 다친 해병이 생기면 그 중대는 일정기간 동안 대대 파티에서 제외시킨다. 셋째, 아무리 술을 마시더라도 그 다음날에는 주어진 과업은 똑같이 정상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제가 해병대 생활 중에 많은 파티를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몇 가지 사항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상호불신입니다.
간부들은 해병들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릴까 봐 술을 최대한 적게 주면서 일찍 끝내려 하고, 해병들은 이에 반발해 술을 못 마시는 후임들에게 일부로 술을 과다하게 먹인 후 간부들에게 대들게 하는가 하면, 너무 취해 그 다음날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례를 종종 보았습니다.
멋진 해병대가 되려면 해병의 기를 살려주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음주파티를 하면서 서로 불신하고 똑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두고 보기 싫었던 것입니다.

-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러다가 진짜 사고라도 나면 입장이 더욱 난처해 질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런 문제는 생각해 보지 않으셨는지요?

가장 먼저 반발한 사람들이 간부들이었습니다.
나중에 저에게 말해 주었는데, 이를 점차 해보니 오히려 편해졌다는 것입니다.
병장들이 그런 분위기를 실제로 느끼게 되자 자신들이 좀 더 마시기 위해 조금이라도 취한 대원들을 재우더라는 것이죠.
간부들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에는 파티하다 보면 고참 해병들이 나중에 몰래 마실 요량으로 술을 숨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원하는 만큼 가져다 마시라고 내버려 두니 그런 일도 없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다른 간부들은 정상 퇴근하고 당직자만 남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파티가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죠.
저는 지휘관으로서 대원들을 믿고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감을 주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 제22대대장을 수행하다가 수색대대장으로 옮기셨지요?

당시 이홍희 제1사단장은 수색대는 반드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전임 수색대대장의 보직기간이 만료되자 22대대장을 하고 있는 저를 수색대대장으로 명령했습니다.
전진구 사령관도 제2사단 제52대대장 때 저처럼 수색대대장으로 이동한 전례가 있었습니다.
사단장께서 대대장 취임식 날 “내가 자네를 선택한 이유는, 평소에 자네가 실전적인 훈련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았던 터라 결정했다. 기대하겠다”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나중에 제가 그 자리를 떠날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해 주었다”고 하셨습니다.

- 수색대대장을 마치고 어디로 이동하셨습니까?

제1사단 정보참모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후 사령부 훈련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대령 진급이 누락되자 마음을 접고 해군대학 상륙작전 교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 해군대학 교관 이후에 어디로 이동하셨나요?

국군정보사령부 대테러/대침투정보과장으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미 국방정보대학에 대테러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이후 제2사단 예비군관리대대장으로 이동하였는데 그곳에서 마침내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파티를 할 때 예전처럼 술을 많이 내주었는데 한 해병이 술이 만취가 되어 주위 해병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되었죠.
그 사건으로 징계까지 받게 되었죠.
아무튼 그 사건으로 인해 제2사단을 떠나 사령부 군사연구소 전사연구과장으로 보직되어 베트남전쟁 해병대 전투사 1·2권을 편저하고 군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 해병대 장교로서 걸어오신 길을 책 한권으로 엮어도 될 듯합니다. 무적해병신문 취재본부장으로서 말씀을 부탁합니다.

부족한 저를 무적해병신문 취재본부장으로 발령하여 해외특파원 임무를 부여하여 주신 신동설 발행인께 감사드리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겠음을 독자 여러분에게 보고 드립니다.
신문이란 그 말 자체가 일러 주듯이 새로운 사실을 전달해 주는 매체입니다.
저의 35년간의 군 경험을 기사와 취재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설렙니다.
특히 전 세계의 해병대전우들을 찾아 그분들의 삶과 해병대정신을 기사로 표현하는 일은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를 통해 해병대전우님들의 긍지와 단결 그리고 글로벌화 된 소통의 장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지켜봐 주시고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