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대 여는 한국과 중국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은 오랜 동안의 단절과 상호불승인에 끝을 맺고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하여 역사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에 앞서 첸치천 외교부장관은 7월 중순 특별히 평양에 가서 중국과 한국의 국교수립에 관한 장쩌민 총서기의 구두 친서를 전하고 조선 측의 양해를 얻어냈다.
8월 24일 이 날짜는 양측의 국교수립 협상 대표들이 베이징에서 발표용 성명문안에 가조인을 할 때 협의하여 정한 것이다.
그것은 7월 29일 한국 외무차관 노창희가 베이징에 와서 한국을 대표하여 중국외교부 부부장이며 중국 측 대표인 쉬둔신과 국교수립에 대한 성명서에 가조인을 하고 정식조인 날짜를 약정한 것이다.
양측은 또 한 건의 비밀 비망록을 조인했는데 그것은 국교수립 1개월 내에 타이완의 (주)서울 대사관사와 부지를 중국 측에 반환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회담하는 가운데 양측은 노태우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일도 협의하였다.
원래 한국 측은 노 대통령이 베이징에 와서 양국 국교에 관한 성명에 친히 서명하는 가능성을 탐색하였으나, 중국 측은 예의를 갖춰 정중히 이를 거절하고 국교수립 후 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동의하였다.
양측은 두 나라의 외교장관들이 베이징에서 국교수립에 관한 문건들에 서명함과 동시에 노태우 대통령이 서울에서 TV방송을 통하여 한중 국교수립을 축하하고 가까운 기일 내에 그 자신이 중국을 공식 방문할 것임을 발표하는데 합의하였다.

■ 타이완, 한국과 단교 선언
한국 측은 또한 한국과 중국의 국교수립은 하나의 큰 사건으로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현장에서 중계 방송할 수 있기를 희망하여 중국 측은 이에 동의하였다.
양측은 또 국교수립에 관한 발표를 하기 전에 계속 대외적으로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국교수립일이 가까워 오는 8월 중순에 이르자 한중 두 나라가 곧 국교수립을 할 것이라는 풍문이 차츰 타이완으로 전파되었다.
우리가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한국이 일찍이 반년 전에 타이완 측과 매년 한 번씩 열리는 경제장관회의를 7월에 서울에서 열기로 약정한 것이다.
한중 양국은 내부적으로는 이미 협상을 마쳤기 때문에 한국 측으로는 뚜렷한 이유 없이(이 회의 기일을) 천연시킬 수밖에 없어 타이완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8월 20일 전후로 타이완 측은 각 방면으로 수소문하여 마침내 중국과 한국이 국교를 수립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여 대세가 불리함을 알아차려 서울 주재 대사를 한국 외무부에 보내 항의하고 바로 한 걸음 앞서 8월 23일 한국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1992년 8월 24일 오전 댜오위타이 팡페이위앤(芳菲園)은 장중하게 장식되어 있었으며 국빈관 큰 홀의 중앙에는 탁자(테이블)가 설치되고 검푸른 색 융단으로 장식된 이 긴 탁자의 네 귀퉁이는 신선한 화초로 장식되었으며 그 위에는 중국 (오성)국기와 한국의 (태극)국기가 꽂혀 있었다.
한중 양국의 백 명이 넘는 TV 및 신문기자들이 아침 일찍 필요한 장비들을 갖추고 이곳에 나와 서로 유리한 자리를 찾았다.

■ 전 세계로 실황 중계된 한중 수교
중국이 한 나라와 국교를 수립하는 현장에서 실황을 전 세계를 향해 직접 TV방송으로 송출한 것은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9시 정각에 첸치천 외교부장과 이상옥 외무장관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장방형 테이블로 걸어와 자리를 잡고 국교수립 문건에 서명을 했으며 이들 뒤에 서있는 한중 양국의 관계 인사들과 홀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들에게 집중되었다.
이들 두 외교장관들이 서명을 마친 후 일어서서 문건들을 서로 교환하고 열렬한 악수를 나누자 홀 전체에서 오랫동안 박수 소리가 울려나왔다.
바로 이 역사적 시간이 위성을 통해 댜오위타이로부터 즉각 전 세계에 전달되었다.
이와 동시에 노태우 대통령은 서울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한중 양국의 국교수립을 선포했다.
바로 이날 중국의 양상쿤(楊尙昆) 주석과 리펑 총리가 각각 이상옥 외무장관을 회견하고 한중 두 나라의 국교수립과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이로써 양국 관계가 부드러워져 국교를 수립하여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었다.
중국과 한국의 국교수립은 전 세계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중국 개혁개방외교의 새로운 전개”로 불렸다.
또는 “노태우 외교정책의 새로운 성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다만 타이완만이 대세가 이미 기울어졌음을 보고 의기소침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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