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계속된 비밀 협상
중국과 한국의 제3라운드 비밀 협상은 1992년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는 우리 측이 제의하여 쌍방이 협의하여 결정한 것이다.
만약에 모두 베이징에서 계속한다면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측으로 봐서도 한번쯤은 서울에 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라운드만은 그렇게 고려하였다.
출발 전에 2라운드 회담 정황에 근거하여 우리는 관계 수립에 관한 성명문안과 비망록 초안을 잘 준비하였다.
그때는 베이징과 서울 간 정기 항공편이 없어서 장루이지에 대사 일행은 홍콩을 돌아서 꼬박 하루를 걸려 서울에 도착하였다.
비행장에 나가니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데 마침 한 젊은이가 걸어와 그들이 베이징에서 온 사람들인가 하고 분명하게 묻고 작은 소리로 그를 따라오라고 말하였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그는 장 대사 일행을 안내하여 옆 방문 하나를 열고 나오니 그 때 권병현 대사와 그 밖의 한국 측 사람들이 일행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일행을 자동차로 안내하여 태웠다.
권 대사는 장 대사에게 이렇게 배치한 것은 기자들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비밀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두 달여 만에 마친 협의
장루이지에 대사 일행은 스케줄에 따라 서울 중심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희래등이라는 호텔의 한 별장에 입주했다.
이런 별장은 한 채의 단독 별장 건물로서 호텔 후면의 산비탈에 있었으며 보통 때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다.
보아하니 한국 측이 이곳을 선정한 것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이다.
이곳의 경치도 매우 아름답지만 집 앞에는 한강의 물고기 비늘 같은 잔물결이 파문을 일으키고 강 양쪽 기슭 산줄기의 기복이 오르내리며 푸른 나무 그늘이 생기고 양 안의 서울 시민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유별난 정취를 이루고 있었다.
이틀간의 회담이 바로 이 별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회담의 중요한 부분은 지난 두 라운드 회담의 성과를 총괄하여 어떻게 문서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회담 중에도 여러 차례 한국 측이 타이완 문제를 두고 여전히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이러쿵저러쿵 이론을 내세워 회담을 한차례 교착 상태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추호도 움직일 의사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원래의 입장을 버리고 한국과 중국이 국교 수립을 한 후에 타이완과 단교하고 조약을 폐기하며 대사관을 철폐하고 정부차원의 모든 왕래를 정지하기로 수락하여 쌍방이 자구수정을 거쳐 국교 수립에 관한 발표문과 비망록 문안의 협의를 마쳤다.
수교 협상의 진도는 우리가 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무척 빠르게 겨우 두 달여 만에 협의를 마쳤을 뿐만 아니라 비밀 작업도 외부는 전혀 알지 못하게 매우 잘 진행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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