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비밀 회담 실시
1992년 5월 13일 중국과 한국의 제1차 비밀 회담이 댜오위타이 영빈관 14호동에서 열렸다.
한국 측 권병현 대사 일행은 하루 전날 저녁에 베이징에 왔으며 모두 8명으로 외무부 직원 외에도 청와대와 안전기획부 요원들도 있었다.
권 대사 일행은 비행장에 내린 직후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매우 조심스레 걸어 나왔다.
그는 비록 오랫동안 중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해 왔지만 베이징에 온 것은 처음으로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면서 끊임없이 차창으로 밖을 살펴보았다.
댜오위타이 14호동에 도착하여 그곳이 국빈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반인들은 들어오지 않는 비교적 안정한 곳이어서 매우 만족해했다.
이렇게 해서 자리를 잡고 짐을 푸는 등 권 대사 일행은 별로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바쁘게 움직였다.
다음날 오전에 회담이 정식으로 열렸다. 쌍방 대표가 인사말을 나눈 뒤 공식으로 발언했다.
장루이지에 대사는 처음으로 한국인들과 자리를 같이 하여 그들의 심중을 알지 못해 발언을 하는데 이론이나 도리, 원칙에 헛되지 않게 애썼다.
양국 관계를 언급할 때도 그는 두 나라 관계가 앞으로 진일보 발전하기를 바란다고만 말했을 뿐 국교 수립이라는 글자 한 자도 운을 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계 정상화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 타이완에 대한 양 측의 입장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은 권병현 대사가 중국 측 발언을 다 들은 후 즉각 그 자리에서 거두절미하고 말하기를 중국 측 발언 내용과 한국 측 정부의 입장이 일치한다는 것이었으며, 그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한국 측은 가능하면 빨리 양국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제거하기 바라며 조속히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그는 또 말하기를 그들이 이번에 베이징에 온 것은 길을 깨끗이 하는 청소부의 역할로 중국과 함께 길 위의 쓰레기를 깨끗이 청소하여 두 나라의 국교 수립의 도정에 장애물이 없도록 하는데 있다고 했다.
장루이지에 대사는 말을 듣고 예측을 벗어난 느낌을 가졌으나 한국 측의 상황, 즉 국교 수립에 대한 특별히 적극적인 태도와 이 목적을 빨리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을 탐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첫날 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의 수교 협상을 즉각 시작하였다.
한국의 태도를 감안하여 장 대사는 이어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 한국이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려고 한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하고 타이완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적인 한 부분이며 타이완과 단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병현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는바 중국의 기타 여러 나라와 국교 수립에 관한 자료들을 연구해 본 바에 의하면 중국의 입장과 원칙을 충분히 이해하며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만 그들은 ‘한국과 타이완의 특수 관계’를 강조하며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관대한 척도로 타이완과의 문제를 처리하는데 더욱 유연성 있게 적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측이 타이완 문제에 환상을 가지고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 국교 수립 기본적 문제 해결
1992년 6월 2일에서 3일까지 중·한 제2라운드 비밀 회담이 베이징에서 진행되었다.
이 회담에서는 국교를 수립하는 몇 가지 실질적인 문제가 취급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완 문제로 한국이 중국과 국교수립을 원한다면 반드시 타이완과 단교하고 조약을 폐기하며 공관들을 철수시킨다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한국 측은 이 3가지 원칙을 정면으로 논평하지 않은 채 타이완과의 특수성을 거듭 반복하여 강조하고 중국과 국교 수립 후에 말하자면 타이완과 ‘최고급 이외의 다른 관계’를 유지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우리와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원칙을 견지하며 결코 가볍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이틀간 긴박한 협상을 한 끝에 국교 수립의 대원칙 문제에 기본적으로 모두 해결을 하기에 이르렀다.
알 수 있는 것은 제1라운드의 회담을 통해 한국 측은 타이완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중요성을 저울질하고, 제2라운드에서는 한국 측으로서는 가장 좋은 결과를 쟁취하되 중국 측이 원칙을 고수하면 양보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아 온 것 같았다.
제2라운드 회담이 끝난 뒤 한국 대표들은 기분들이 들떠서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일신이 홀가분해졌다.
그들은 우리가 마련한 연회에 참가한 뒤에 여전히 취흥이 다 가시지 않아 방으로 돌아가서도 봉사하던 소녀들에게 마오타이 술을 가져오라고 하며 노래 부르고 춤추며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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