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외교 인사 임명
중국과 한국의 외교부장관들이 쌍방의 관계 개선 문제를 협의하기로 합의한 뒤에 중국 측은 재빨리 대표단의 정·부대표를 임명했다.
대표는 아시아 문제를 전담하던 쉬둔신(徐敦信) 부부장(차관)을, 부대표는 누구를 뽑을지 고려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당시 우리의 예상으로는 쌍방이 협상을 다지는 데는 최소한 반년이나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협상을 앞장서 진행해 나갈 부대표로서는 노련한 대사급이 맡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르고 또 골라 장루이지에(張瑞杰) 대사를 선임했는데 일찍이 한반도 문제를 오래 담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반도 정세를 잘 알고, 에티오피아와 스리랑카 대사를 지낸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며 조선말을 할 줄 아는 등 비록 나이는 60세가 넘었으나 신체가 좋고 작업을 담당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다.
첸치천 장관도 이에 동의하였다. 이런 임무를 장 대사에게 부여하자 그도 흔쾌히 수락하였다.
한국 측 대표로는 대통령 안보수석 보좌관인 김동휘(金東輝) 씨가 맡았다가 외무차관인 노창희(盧昌熙) 씨로 바뀌었으며(註 김동휘 씨는 1983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의 버마 방문에 수행했다가 아웅산 묘지에서 북한 테러분자들의 폭탄에 의해 희생되었다. 이점 약간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거기다 더 의미 있는 일은 한국 측 부대표는 역시 노련한 권병현(權丙鉉) 대사로 그는 일찍이 주 미얀마 대사를 지냈고 그 이전에는 외무본부 중국과장과 아시아국장을 지내 중국 사정에 매우 정통하였다.
이런 것은 쌍방이 필요에 부응하여 공통적으로 배려한데서 나왔음을 설명한다.

■ 교섭요원, 가족에게도 비밀리에…
협상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양국이 의견을 나눴다.
국제관례에 따르면 교섭은 베이징과 서울에서 돌아가며 진행되어야 하지만 한국 측은 서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하여 베이징에서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서울은 타이완 측의 눈길이 매우 많고 냄새도 영민하게 잘 맡으며 그 밖에 한국의 여론도 강해 도처에 타이완이 손닿는 곳도 많았다.
베이징에서 거행하면 교섭하는 장소가 어느 곳이 적당할지 우리들은 한바탕 고심해야 했다.
일반 호텔이라면 사람들의 입이 많아서 비밀을 지키기에 불리하다.
여러 고려 끝에 댜오위타이 14동으로 결정했는데 그곳은 한 구석 외지고 한적한곳에 있는 단독건물로서 가는 사람들이 적었다.
한국 쪽에서는 더욱 근신하고 조심하여 협상자들은 한꺼번에 베이징으로 오지 않고 7, 8명이 나뉘어 오고 어떤 사람은 도쿄를 거쳐 어떤 사람은 홍콩으로 돌아서 도착시간을 해질 무렵으로 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피했다.
그들은 댜오위타이 14동에 투숙한 후에는 다시 나오지 않았으며 본래 이 건물 앞에는 조그만 정원이 있어 산책할 수 있으나 한 사람도 나와 거닐지 않았다.
이들은 저녁에 외출하여 이화원을 돌아보도록 스케줄을 배정했으나 한입으로 그들은 거절했다.
한국 국내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교섭한다는 사실은 대통령과 안보수석보좌관, 그리고 외무부장관 세 사람만이 알고 있었으며, 교섭에 참가하는 한국 측 요원들은 집을 떠날 때 그 부인들에게까지도 사실을 숨겼으며 엄밀히 비밀을 지키는데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계속>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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