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란한 서울 방문 (下)

■ 노태우 대통령의 접견
노태우 대통령은 1931년 한국 경상북도에서 출생하여 노(盧)씨 대가족의 후예가 되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노씨의 선대가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왔으며 강태공(姜太公) 강씨의 한 분파인 것을 알고 있어, 이로 인해 그는 중국에 대한 특별한 정감을 가져왔다.
듣건대 중국과 한국이 역사적인 이유로 인하여 한때 서로 절연하였던 시기에 그는 한국의 서해안에 한번 가서 큰 바다 건너편에 있는 중국을 바라보았을 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가 빠른 기일 내에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1988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 국제 정세가 변화하여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명확히 북방 정책을 제시하고 중국,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국교 수립을 적극 추진하였다.
중국 외교부장관이 서울에 온 것도 그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노태우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에서 첸치천 외교부장관 일행을 만나고 첸 장관이 서울에 온 것을 환영했으며, 중국 대륙과 홍콩, 타이완이 모두 APEC에 가입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과 중국은 유구한 역사적 교류를 가지고 있었음을 강조했다.
한국 서해안과 중국의 산둥반도는 닭 우는 소리나 개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오랫동안 서로 왕래가 끊어져 지낸 것은 불행한 일이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양국은 반드시 관계를 개선하고 국교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도 노태우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 지도자에게 직접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첸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회견한데 감사를 표시하고 한반도가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고 양국의 관계가 진일보 발전하기를 빈다고 말하였다.

■ 서울을 진동시킨 한중 회동
이번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회견은 단번에 언론 매체에 보도되어 비록 그 내용이 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회견 그 자체로 곧 서울을 진동시켰다.
그 때 서울에는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태국, 그리고 싱가포르 등 십 수 개 국가의 외교부장관들이 있었지만 첸 외교부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각 방면으로부터 주목을 끈 초점이 되었다.
각종 매체들은 중한 관계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였다.
다만 타이완의 기분만이 곧장 손상되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1991년 11월 13일 APEC 제3차 장관급 회의가 개막되었다.
첸 외교장관은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여 각 방면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한국 외무장관 이상옥(李相玉)은 회의 주최국의 주무장관으로서 개막 연설을 통해 중국 대륙과 홍콩, 그리고 타이완의 회의 가입을 높이 평가하였고, 중국의 첸 외교부장관은 APEC의 발전을 위해 중국이 장래 각 회원국들과 협력하여 공헌하겠음을 표시하였다.
이와 동시에 한국의 각계 인사들은 신문 등 매체를 통해 노 대통령과 첸 외교장관의 회견 소식을 접하고 첸 장관과 만나려는 요청이 어지러울 정도로 쇄도하였다.
그때는 서울의 호텔에 중국국제상회 대표사무소가 개소된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아 각 방면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와 서신들을 접수하는데 일이 너무 바쁘고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원래 중국 대표단이 서울에 온 것은 APEC에 가입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APEC 회원 국가의 외교부장관들과도 만나는 스케줄을 안배하는 것이었는데 한국 각계의 인사들이 만나자는 요구를 해올 것으로 미처 생각지 않았다.

■ 풍부한 성과 거둔 중국 외교단 방문
중국과 한국은 그 때 비록 외교 관계는 없었으나 이런 요청들을 완전히 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서 첸 장관은 회의 일로 분망하였지만 낮 시간 또는 저녁 시간의 공백을 이용하여 한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선별하여 만나는 등 민간 우호 친선 작업을 많이 하였다.
이 중 하나의 예외적인 특별한 일로는 한국의 이상옥 외무장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이었다.
이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이 장관은 당연히 회의 의장으로서 그의 회견 요청에 응하는 것은 통상적인 외교적 예의였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회견하는 가운데 이 장관은 중국의 이번 회의에 대한 평가와 사의를 표하는 것 외에도 주요한 것은 양국 관계를 어떻게 하면 개선하는가 하는 문제로, 이것은 대통령의 의사가 분명하며 한국은 이런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바람을 볼 수 있었다.
첸 외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양국 민간인들의 무역관계가 계속 발전해 나가고 쌍방의 관계도 장래에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기듯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중국 대표단은 1991년 11월 14일 APEC 장관급 회의가 끝난 당일로 서울을 떠나 밤늦게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한국 측은 중국 대표단에게 하루 더 묵으라고 권했으나 당시의 형편을 고려하여 동의하지 않았다.
이번 서울행은 비록 50여 시간에 불과했지만 방문의 성과가 풍부해 중국의 APEC 가입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고위층과의 접촉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과 발전 문제를 고려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