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북한의 유엔 가입 문제 논의

1992년 12월 한반도에서 남·북한 쌍방은 국무총리들이 상호 방문하고 회담을 이뤄 서로 존중할 것을 강조하고 평화 공존을 실행하며 교류와 협력하는 등 상호 관계를 개선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것은 1972년 쌍방이 공동선언(7.4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계속하여 남북 관계와 관련하여 나온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그때는 (북)조선과 한국이 유엔(국제연합)에 단지 옵저버 사무소를 두고 있을 뿐 세계 최대 그리고 유일한 정부 간 조직인 이 기구에 아직 정식 국가 명으로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과 북한의 유엔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한동안의 역사가 흘렀다.
말하자면 1945년 유엔이 성립하고 1948년 (북)조선이 건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엔 가입을 신청하였으나 미국의 저지로 실현될 수 없었다.
6·25전쟁 후 남북이 엄중하게 대립했고, (북)조선과 미국도 더욱 적대 상태에 처해 있어 (북)조선은 더 이상 가입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20세기 70년대에 들어서 한국은 유엔 가입 문제를 제출하기 시작했으며, 아울러 (북)조선과 동시에 가입하는 의사도 표시했다.
※ 한국은 이전에 이미 가입 신청을 한 바 있다. 북한보다 20일 앞선 1949년 1월 9일 고창일 외무장관 서리 이름으로 유엔 가입 신청을 했으며 북한은 2월 9일 박헌영 외상 이름으로 신청했다. 소련은 같은 해 30번째의 거부권을 행사, 한국의 가입을 막았으며 공산 위성국가들을 동원하여 계속 가입을 저지했다. <역자 주>
그러나 (북)조선은 이것이 ‘두 개의 조선’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 남북 분열을 영구화하는 뜻이 있다며 완강히 이를 반대했다.

■ 리펑 총리의 북한 방문
1971년 중국이 유엔에 합법적 지위를 회복한 후 그곳에서 활동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제들에 봉착했으며 그중 하나가 남북한의 유엔 가입 문제였다.
그래도 이 문제가 별로 돌출하지 않았으나 그 후 국제적으로 남북한 쌍방을 동시에 승인하고 국교를 수립하는 나라가 늘어가자 한국만의 단독 가입 또는 남북한 동시 가입을 지지하는 나라들이 날로 많아졌다.
이러한 정황 아래에서 (북)조선 측은 ‘남조선(한국)의 분열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부득불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여 여러 차례 중국 측이 이를 지지하지 말거나 아니면 남조선의 유엔 가입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토의될 때 중국의 거부권을 사용하여 반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북)조선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우리 중국 측은 일정한 기간 묵시적으로 이를 수용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문제(한국 안을 지지하는)를 두고 중국의 입장은 유엔 내 회원국들과의 사이에 갈수록 거리가 벌어졌다.
1991년 5월 초 리펑(李鵬) 총리가 (북)조선을 방문했다.
준비 작업을 하는 중에 양국 관계와 중요한 국제 문제, 지역 문제 외에 (북)조선 측이 회담 중에 유엔 가입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 측은 이 문제를 솔직하고 성실하게 의견을 교환할 것을 원했다.
그때 (북)조선 정무원 총리는 연형묵(延亨默)이었는데, 리 총리가 평양에 도착한 후 그와 회담하였는바 (북)조선 측은 양국 관계와 일련의 국제 문제에 대한 견해를 강력히 피력했으나 (북)조선의 유엔 가입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 남북 동시 유엔 가입 결의안 통과
중국 측은 이 문제를 미리 준비해 왔기 때문에 리 총리는 연형묵과 단독 대좌하는 가운데 (북)조선 유엔 가입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표명했으며, 금년에 유엔 총회 기간 중에 남조선의 가입 문제가 토의된다면 중국은 대다수 회원국들의 의견을 무시하기가 어려우며 표결할 때 반대표를 던지기도 어렵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리고 일단 남조선이 유엔에 가입하면 (북)조선 측이 다시 가입하려고 해도 곤란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형묵은 이를 듣고 즉답을 하지 않았으며 총리의 방문을 마치기 전에 김일성 주석과 만났을 때 비로소 이 문제가 언급됐다.
김일성은 이 문제에 대해서 (북)조선 측은 중국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도 (북)조선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고 양국의 외교당국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의견 교환토록 하자고 건의했다.
이번 방문을 마치고 오래 지나지 않아 (북)조선의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북)조선은 남·북한 동시 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표, 완곡히 돌려서 표현하였다.
이 문제를 온당히 처리하기 위해 첸치천(錢其琛)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1991년 6월 (북)조선을 방문, 김영남 부총리 겸 외무상과 회담하여 유엔에 남·북한이 가입하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토의했다.
이때 (북)조선의 주요 우려 사항은 일단 남조선이 가입한 뒤에는 미국이 (북)조선의 가입을 저지할 것으로 보고 중국이 우선 미국과 잘 공작하여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피하려는 것이었다.
김일성은 첸 외교장관을 만났을 때 이 점을 언급했다.
첸 장관은 김일성에게 그 점은 안심하라고 말하고 중국은 우선 공작을 하여 (북)조선이 원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해 9월 17일 유엔 총회는 한국과 (북)조선의 유엔 가입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로써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가 유엔 빌딩 상공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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