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인류의 재앙이 닥쳤다.
  지진해일(쓰나미)로 22만명이 시망하고 50만 명이 집을 잃은 대재앙이었다.
  그 중 제일 피해가 큰 곳은 반다아체(Banda Aceh) 지역이었는데 이 지역에서만 17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의 이목과 언론이 모두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비극의 현장으로 집중되었다.
  며칠 후인 2005년 1월4일 해병대전우회중앙회 사무실에서 시무식이 있었다.
  김명환 총재, 강신길 사무총장, 최장규 해외특보 등은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의 복구를 위해 환태평양지역의 해병대들이 힘을 합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고 얘기 중에 있었는데 미국 출장 중이었던 단해그룹 엄주섭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총재님, 이번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에 특별한 계획이 있습니까? 내가 적극 지원해드릴 테니 이 기회에 대한민국해병대의 위상을 발휘합시다”라는 전화였다.
  당시 해병대전우회중앙회 여건으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해외 원정 봉사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중앙회는 김명환 총재 지휘 하에 사무총장 강신길 장군과 최장규 해외특보를 중심으로 스태프를 긴급편성하고 지원자를 모집했다.
  언제 다시 2차 쓰나미가 닥칠지 모르는데다 사망자들 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곳이어서 지원자들이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역시 해병대는 해병대였다.
  당초 예산상 10명을 모집하려고 하는데 몇 백 명이 몰려들었다.
  고육책으로 도에서 한 명씩 선발하여 11명을 뽑았다.
  해병선교회 이명복 장로가 일부 자금을 대고 단해그룹 엄주섭 회장이 당시로는 거금인 3,000만 원을 쾌척하여 출정식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나갔다.
  각종 장비와 식료품 등의 무게 초과로 대한항공 측은 화물 탑재를 거부했다.
  별도의 화물 운송비만도 몇 백만 원을 물어야하는데 그 경비가 없었던 것이다.
  해병대가 이 정도를 돌파 못 할 리가 없다.
  결국 대한항공 사장단은 긴급 회의를 열어 해병대 짐만큼은 특별조치 하도록 결정하여 탑승, 현장을 향해 이륙했다.
  기내방송을 통해 “이륙시간이 늦은 것은 해병대 해외봉사단의 탑승 때문이었다”고 방송하며 “해병대가 인도네시아 쓰나미 현장 봉사를 위해 탑승해있다”고 덧붙였다.
  탑승객들은 이륙시간이 지연된다가 얼룩무늬 복장의 사나이들이 탑승한 이유를 알자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해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자카르타 공황에 도착하니 재 인네해병대전우회원들이 소식을 듣고 태극기를 들고 마중 나와 있었다.
  강신길 장군은 자카르타에 남아서 인네정부와 행정연락을 맡는 후방지원본부장으로 남았고 도착한 봉사단원들은 다시 스마트라 반다아체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엔 일본자위대와 한국의료봉사단 등 세계 각국에서 온 팀들로 북적였다.
  그 중 해병대봉사단의 활약은 단연 ‘TOP’이었다.
  타국에서 온 봉사대원들은 지원요청이 있는 곳에만 갔었지만 해병대봉사단은 최장규 단장의 능숙한 영어 솜씨로 현장정보를 귀신같이 알아내 국가전략기동군(해병대)답게 민첩하게 현장을 찾아다니며 지원활동을 필사적으로 했다.
  17만 명의 사체가 발생했으니 복구는 엄두도 못 냈고 전염병이 만연하지 않게 방역작업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지역은 인도네시아 반군들의 출몰지역이어서 인도네시아 해병대들이 모든 봉사활동의 안전을 위한 현장출입 허가와 통제를 하고 있었다.
  해병대 복장을 한 우리 봉사단은 무조건 인도네시아 해병대 영내로 밀고 들어갔다.
  해병대들 간의 국제적 전우애가 크게 작용되었다.
  인도네시아 해병대 대대장은 “전 세계에서 넘버원은 USMC(미해병대)고 넘버투는 KMC(한국해병대), 넘버쓰리가 인도네시아 해병대다”라며 봉사단을 환대하고 함께 영내 생활을 허락했다.
  그들과 함께 동초도 서주고 축구시합도 하는 등 국제친선을 도모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다.
  해병대 봉사단은 10일간 최선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여 주민들에게 칭송을 받았다.
  그렇게 해병대 해외봉사단은 열흘간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귀국하여 헤어졌다.
  그 이후 그들은 매년 한 두 차례 만나서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하며 전우애를 다지는 모임을 10년간 지속해왔다.
  금년은 해외봉사단 10주년을 맞아 해외원정의 단초를 열어주고 지원해준 단해그룹 엄주섭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자축하는 행사를 가진 것이다.
  이 행사를 위해 대전, 주문진, 광주 등 전국에서 당시의 전우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10주년을 맞아 해병대해외봉사단을 전우회중앙회 조직에 편입하여 해병대가 세계를 향한 시야를 넓히는 일에 앞장서자고 결의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봉사자들은 당시를 이렇게 말했다.

○ 김상래 해병대해외봉사단(아체전우회) 회장, 해병 255기
  10년 전에 인도네시아 쓰나미 국제봉사를 했던 옛 전우들이 해외봉사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자리다. 전국에서 오늘을 위해 와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이 자리는 엄주섭 회장님께 감사를 표하기 위해 모이기도 했다. 오늘 이 자리는 10년 전을 기억하면서 10년 후의 해병대 위상을 생각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산악자전거 대회 강원도 우승자)

○ 김명환 전 사령관. 당시 전우회 총재(해사 22기, 예·중장)
  어려운 곳을 가겠다고 자원한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다. 이 일이 해병대 역사에 가장 자랑스럽게 남는 일이다 10년 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특히 봉사할 수 있게 지원해주신 엄주섭 회장님과 이명복 장로님께 감사드린다. 10년 전에 인도네시아 쓰나미에 놀랐고 지금 그 당시 전우들이 계속 지금까지 모이고 있는 것에 놀랐다. 이제 해병대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 엄주섭 단해그룹 회장(해간 18기, 예·소령)
  미국에 출장 중에 있었던 나는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이 보도되자 해병대가 이번을 계기로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 혼자 경비를 감당하면 나만 돌출되는 것 같아 이명복 장로께 전화를 했다. 이 장로는 당시 5,000만 원의 거금을 둘이서 부담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지만 내가 조금 더 부담키로 하여 후원 동지가 생긴 것이다. 다음은 김 총재께 전화를 했더니 마침 쓰나미 얘기를 했던 참이라고 했다. 이번 일은 여러분들과 이명복 장로님과 김명환 총재님의 합작품이다. 그 후 해병대가 지역사회 봉사를 지원하기 위한 순찰기동차량을 기증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10년 후 나에게 감사패를 준다니까 감사하고 영광이다. 해병대의 능력과 조직력을 동원해서 어두운 일에 지속적으로 봉사 했으면 한다. 해병대정신을 국제사회에 국민들에게 심어주길 바란다.

○ 강신길 (사)한국해양환경보호중앙회 총재(당시 전우회중앙회 사무총장, 해사 23기, 예·준장)
  엄 회장님과 이명복 장로님의 지원으로 해외봉사단이 결성되었고 사무총장이었던 내가 준비해야 했다. 처음에는 반다아체가 어딘 줄도 몰랐다. 그 뿐 아니라 외무부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야 했고 항공편의 신속한 예약이 문제였다. 해병대가 못 하는 일이 어디 있는가? 짐이 많아서 탑승 시 거절당했지만 이것도 돌파했다. 교민들과 재인네해병대전우회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일본자위대가 지원 나왔었는데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우리 해병대는 진심으로 도와주러 왔다며 일본인들과 달리 환대를 해줬다. 해병대 역사에 길이 남는 아름다운 봉사였다. 해외봉사활동으로 국제 감각을 키워줬고 인도네시아 해병대와의 유대관계도 좋아졌다.

○ 최장규 해병대사관총동문회 감사(해외봉사단장, 중앙회 전 해외특보, 해간 46기, 예·중령)
  당시 해외특보였다. 명령에 따라 9명이 같이 갔다. 2차 쓰나미가 언제 있을지 몰라서 비장한 각오로 갔다. 엄 회장님이 지원해주신 돈을 아껴서 사용하고 남은 돈을 중앙회 찬조금으로 냈다. 떠나기 전에 세밀하게 경비를 산출했기 때문에 인네 해병대부대에서 숙식하며 그곳에서 식대를 절약할 수 있었다

○ 임봉렬(해병 704기)
  봉사 다녀와서 장가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다녀왔는데 아직도 장가를 못 갔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 수산물 수입으로 부를 얻었다. 국내 수요의 낙지 수입 70%를 내가 하고 있다. 봉사단으로 갔다 온 후 이렇게 오래 모임이 지속될 줄 몰랐다. 해병대를 사랑하고 선배님들도 사랑한다.

○ 안상후(해병 442기)
  그때 나는 매우 아플 때였다. 아내가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봉사대에 지원했다. 그곳에 다녀온 후 건강도 회복하여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총이다(신앙심이 강한 안상후 전우는 매일 세 번씩 현장에서 대원들의 안전과 쓰나미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했었다.).

○ 박성훈(해병 708기)
  훌륭한 분들을 뵈서 영광이다 엄주섭 선배님 때문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감사드린다. 다녀온 즉시 경기도청 공무원(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 됐다.

○ 이범진(해병 277기)
  유성전우회장을 맡아 활동을 하다 회사에서 잘렸다. 그 후 계속 봉사활동(비영리단체 유산회 회장, 그린피플연맹 대전시지부장)을 지속하고 있고 작년에 봉사왕이 됐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겠다. 헌혈증서가 200장이 있는데 수원에 백혈병환자가 있다고 해서 100장을 기증했다. 

○ 이동훈(해병 479기)
  김명환 총재 당시 광주서구전우회장을 했다. 이번 구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47% 득표로 당선하여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해병대 명예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먼 거리지만 앞으로도 꼭 참석하겠다. 

○ 김성룡(해병 443기)
  100만 전우회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안전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해병대는 안전 구조 재난에 앞장서고 있는 군대다. 나는 안전의 중요성을 알아 안전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연세대에서 득했다. 지금 전국중앙방재단 총재로 있으면서 자연재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박성훈 총무, 임봉열, 이범진, 김상래 해병대 해외봉사단전우회 회장, 김명환 24대 해병대사령관, 엄주섭 해간18기 단해그룹회장, 강신길 해양환경보호중앙회 총재, 최장규 당시 단장, 안상후, 이동춘 광주광역시 서구의원, 김성용 전국중앙방재단 총재

엄주섭 회장(왼쪽)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2005년 1월 20일 중앙회 사무실에서 열린 결단식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