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천에 사는 이길창 전우는 외아들(이정욱)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버지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면서 3년 동안 아들에게 회답
없는 편지를 띄웠다. 효자 아들을 못 잊어 매일 눈물로 지새웠던 아버지의 피눈물을 닦으며 3년간 지내온 이야기다. 이길창 전우는 그 편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사람은 언젠가는 떠나는 것이란다. 하지만 너는 인간이 겪는 아픈 인생 여정, 성취의 행복. 그리고 남을 위한 배려의 생활 등 인생의 행로를 건너서 멀리 갔구나!
독자 외아들로 태어난 네가 효자 아들임이 내 인생의 전부였고 우리 가정의 행복이었는데 어이하여 불효자가 됐느냐? 왜 갑자기 세상을 등졌느냐?
비명에 간 아들아! 애비는 아들이 자연의 섭리 대로 세상을 하직하지 못하게 해 미안하다.
너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라는 업보고 나의 죄 때문이다.
효자 아들을‘지켜주지 못 하고….’, ‘ 붙잡아주지못하고….’, '잡아주지못한….’
가슴에 엉클어진 피맺힌 한을 아들에게 바친다. 아니다. 비틀거리며 빙판에 넘어지려는 나를 스스로 붙잡아 보려 하기 때문이다.
음주자에겐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 음주 운전하면 큰 소리로 잠을 깨게 하는 차를 만들지 못한 세상이 원망스럽구나.
네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간 것을 아무리 지우려 해도 소용없구나.
이 슬픔이 현실임을 알 때마다 깜짝 놀라고 그만 주저앉고 만단다. 아들아 잘 자거라.

내가 너를 보낸 죄인이구나
나 이길창의 인생 67년을 뒤돌아보면 어린 나이에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국가전략기동군 해병대에 입대해 1965년 10월 자유 십자군으로 월남전에 참전하여 국위선양을 하였고, 귀국 후 바로 청운의 꿈을 간직한 채 공직에 발을 들여놓아 30여년의 치안 질서 유지 경찰 생활을 하면서 박봉으로 삼남매를 키우고 대학까지 공부시키느라 죄지을 시간도 없이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청천병력 같은 일이란 말인가.
2012년 2월 27일 새벽 3시 10분,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내 인생과 내 가족 모두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이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소리에 놀라 달려가 본 순간 단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정욱이의 늘씬하고 건장했던 그 모습은 어디가고 싸늘한 시체로 변하여 누워 있는 것 아닌가.
아들의 죽음을 본 엄마는 기절을 하고 나 역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캄캄한 응급실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확인 또 확인 수십 번을 해도 나의 사랑하는 아들 정욱이는 심장 박동을 멈춘 채 차갑게 식어 있을 뿐이다. “우리 아들 살려 주세요!” 외치며 아들의 체온을 되살리려 손으로 아들의 심장을 수없이 쓸어 내렸지만….
10개월간 엄마 배속에서 건강하게 자라 이 세상에 태어나 울음을 터뜨린 후 33년간이 감사했다. 정욱이가 대학 2년을 휴학하고 군에 들어가 마치고 복학하여 졸업 후 엄마 아빠 곁에서 행복했던 삶을 살았던 날들이 2일이 모자란 33년이다. 33년간 정욱이는 우리 부부의 행복이었고 자랑이었고 꿈이었던 효자 아들이었다.
그런 정욱이가 차갑게 변하여 못난 아비의 통곡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니 이 어인일이란 말인가. 내가 너를 보낸 죄인이구나. 정욱아! 아들아!

아들아! 얼마나 뜨거웠을까…
아들아! 정욱아! 얼마나 아프고 뜨거웠을까….
그래도, 아니, 아무리 아프고 뜨거웠어도 아빠 엄마 얼굴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엄마, 아빠! 정욱이 아파요!”아니면“뜨거워요!” 말 한마디 없이….
너의 친구, 선·후배, 부모, 형제, 친인척, 모두의 슬픈 애도 소용없이 너를 다시 살려내는 기적을 이루지 못하고 한줌의 재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게 하는구나.
충남 보령시 주교면 은포리 산 18-7번지 아늑한 곳 큰 소나무가 너의 새로운 집이란다.
너의 영혼이 그곳에서 편히 쉼을 얻고 이 세상에서의 희로애락일랑 모두 잊고 영생하거라.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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